[시론-김동원] 노동개혁 3개법부터 처리하길 기사의 사진
지난 2년간은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간, 여야 간의 논쟁과 갈등으로 점철됐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된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는 지난해 9월 15일 고용 유연화와 사회안전망 확대를 주고받는 ‘9·15대타협’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합의는 노동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과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간 양극화를 좁혀줄 신의 한 수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대타협 이후 후속조치를 둘러싸고 노정 간 갈등이 크게 불거지면서 급기야 올해 1월 한국노총의 합의파기 선언으로 노사정 타협은 무산되고 말았다. 노사정 대타협은 어느 나라에서나 이루기 어려운 일이고 한국처럼 오랜 노사 갈등과 불신의 역사가 있는 국가에서는 더더욱 지난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이 어느 수준에서든 합의를 본 것은 큰 성취였지만 최종 입법화 과정에서 일단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개혁의 희망도 스러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 일부라도 통과된다면 그간의 곡절에도 불구하고 유익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3개 법안은 나머지 파견법, 기간제법과 달리 노사정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 사실상 합의를 본 사안이므로 사장시키기에는 안타까운 내용들이다. 더욱이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위한 시한이 3월 10일 임시국회의 회기 종료와 함께 소진될 상황이다.

노사정이 사실상 동의한 3개 법안 중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법안은 숱한 예외조항을 통해 장시간 근로가 허용돼 온 비정상적 관행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게 근로생활의 질은 열악하다. 특히 우리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편이고,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근로자 개인이 평균적으로 연간 몇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장시간 근로 해소는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만시지탄의 정책인 것이다.

둘째, 고용보험 확대도 20년 가까이 실업급여 상한액이 동결되다시피 한 것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한국의 실업 문제가 심각함에 비해 사회보장은 폭이 좁고 수준도 얕은 편이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법안이다. 마지막으로 통상임금 기준의 명확화도 후진적인 한국 임금제도의 선진화를 위해 꼭 이뤄져야 할 내용이다. 한국의 임금제도는 극히 복잡해 수당의 명칭만도 200개에 달한다. 수당의 지급 시기와 형태가 달라 기업 간 임금 비교도 어렵고 임금정책의 효과성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임금의 명확화는 임금제도 선진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위에 언급한 3개 법안과 논란이 큰 미합의 쟁점들이 담긴 파견법, 기간제법 등은 모두 노사정, 여야 간 합의를 거쳐 통과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합의를 한 3개 법안이라도 먼저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 플랜B 가동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가 노동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 노동시장은 앞으로 더 큰 위기와 파국에 봉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의 결실을 일부라도 거두기 위해 여야 모두 팔을 걷어야 할 때다. 노사정 대타협이 일괄 타결의 빅딜이 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년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네덜란드, 이탈리아나 아일랜드의 경우를 보면 수년에 걸쳐 연속된 스몰딜의 효과가 누적돼 큰 성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19대 국회는 잠시라도 정쟁을 그만두고 국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