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재훈] 수출과 산업생태계 기사의 사진
지난해 8% 감소했던 수출이 금년 1월 들어서는 18.5%로 더 떨어졌다. 불안하던 수출전선에 연초부터 적색 경보가 울린 셈이다. 세계경기 둔화와 교역량 축소, 유가 하락 등 경기적인 요인이 크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 20여년 만에 7%에도 못 미치는 성장을 지난해 기록했으니 그 여파만 해도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반세기, 우리 경제의 놀라운 성장에는 수출이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1964년 1억 달러에서 1977년 100억 달러, 1995년 1000억 달러에 이어 2011년 수출 5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50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수출이 5000배나 늘었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수출이 회복돼 다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장부터 우선 챙겨야 한다. 업체마다 찾아다니면서 애로사항을 해결해 제품 하나라도 더 실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수출업계가 용기를 잃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나빠진 대외 경제 여건은 우리 혼자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외 여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동네 목욕탕도 손님이 뜸한 여름철에 내부수리를 하는 것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수출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이 때가 오히려 경쟁력을 점검하는 호기가 될 수 있다.

기업은 수출을 위한 국내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수출 주종 품목들의 국내 생산 비중이 자꾸 줄어드는데 수출이 계속 늘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2008년과 2014년 사이에 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28%에서 50%로, 휴대폰의 해외 생산 비중은 45%에서 86%로 각각 늘었다.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로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생산 코스트는 물론 경직된 노동시장, 불합리한 각종 규제 등 악화된 국내 투자환경 탓이다.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많은 수출기업들이 수요 부족으로 인해 공급과잉 상황에 처해 있다.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얘기다. 구조조정이 적기에 이뤄지면 효율적인 생산체제가 다시 구축되고 신제품 개발 여력도 생기지만 지연될수록 회생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통과됐다. 나머지 관련 법안들도 하루빨리 처리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 국내 투자 환경 개선과 수출경쟁력 회복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

기업들의 투자는 차세대 수출 품목을 개발하는 데에도 집중되어야 한다. 지난해 전체 수출감소 속에서도 화장품, OLED, SSD 등은 20∼50%에 이르는 수출 신장세를 보였다. 세계경제가 기력을 회복 못하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남들보다 먼저 틈새시장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신상품을 개발해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 연초 정부가 발표한 미래형 자동차, 산업용 무인기, 지능형 로봇,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신산업을 적극 일으켜 차세대 주종 품목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시장이 어려울 때는 소수의 수출기업에 의존하기보다 다수의 중소·중견기업들도 대거 수출전선에 나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지난해 무역 1조 달러의 신화가 깨졌다. 여러 면에서 수출 산업 생태계가 꽉 막혀 있는데 독려나 채근만으로 수출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 오래전부터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 ‘대한민국 수출 발전기’를 밴드나 붙이는 대증요법으로 고칠 수 없다. 우리 산업의 구조개편과 직결된 근본적 처방이 제시돼야 한다. 지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수출 지원을 위한 직간접 지원책보다는 산업 생태계에 다양한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투자 및 수출경쟁력을 확보코자 노력한 것을 보면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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