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최석운] 멋진 나의 인생 기사의 사진
며칠 전 우연한 자리에서 ‘플로리스트‘라는 여성을 소개받았다. 이름조차 낯선 그녀의 직업은 ’꽃장식가’로 꽃을 가지고 여러 목적에 맞게 연출을 하는 일이었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여성인 데다 꽃과 관련된 일을 한다니 좌중의 관심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렇다면 꽃으로 그림을 그리는 셈이군요. 주제가 있고 부제도 있고”라고 내가 묻자 그녀는 “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렇게 도식적으로 생각해서는 좋은 작품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하고 자못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유명 배우 부부의 결혼식을 디자인하기도 했던 미국 출신 제프 레섬이라는 플로리스트를 예로 들었다.

제프 레섬은 꽃에 관해 정규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꽃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전공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창적인 발상으로 세계적인 플로리스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작업을 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 사람다운 집중력과 기존 틀을 깨는 자유자재의 참신성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고 한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기 세계를 개척한 것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실상 그림도 그렇습니다. 미술사 속에는 수많은 화가, 대가, 거장들의 그림이 있지만 새로 화가의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그 그림을 공부하는 것은 그것을 답습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방편으로 해서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있어서지요. 그들을 공부함으로 해서 그들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프레임, 전에 없던 지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화가 중에서도 플로리스트 제프 레섬처럼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미술사에 혁명적인 새로운 화풍을 보탠 경우가 많다. 교육이 무용하다는 것은 아니고 또 독학이 능사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두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듯 자신만의 살길을 찾아나가는 예술의 세계에서는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며 그 일에 대한 치열함과 열정을 더하는 것이다.

예술은 예술가를 먹여 살리고 명성을 안겨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거기에서 뭔가를 얻어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따금 일상에서 일탈해 예술작품을 만나고 거기에서 얻은 새로운 감성과 시각으로 자기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어떨까.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예술 타령이냐고? 아니다. 남다르고 독창적인 예술적 사고가 당신을 먹여 살릴지도 모른다.

요즘 ‘쓱쓱’거리는 광고가 화제다. 세련된 복장을 한 두 남녀가 유머러스한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거의 전부다. 배경과 색조는 도시 생활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사진을 찍어내듯 표현한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보면 볼수록 참신한 이 광고가 어디서 착상되었는지 궁금했다. 이런 상상은 남이 하는 것을 흉내 내서 될 일도 아니다. 끊임없는 연습으로 최상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운동선수와도 과정이 다르다. 예술적 영감에서 우러나오는 창조적인 발상과 디자인은 예술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배운 것을 고지식하게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다양하고 신선한 것에 대한 관심, 호기심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다.

미모의 플로리스트는 헤어지면서 “같은 조건에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생각을 반영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성장이 빨랐다. 일과 함께 자신도 쑥쑥 성장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석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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