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박근혜정부 금융개혁 평가 기사의 사진
지난 25일로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나면서 그간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빈번해지고 있다. 금융정책은 어땠는가. 세계경제포럼(WEF)이 우리의 금융시장 성숙도를 세계 87위로 평가하는 마당에 개혁의 필요성에 토를 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금융개혁은 과연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는가.

처음 2년간의 금융정책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2013년 봄 금융위원회는 네 개의 태스크포스를 꾸려 금융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및 우리금융그룹 매각 등을 주제로 선정했고, 향후 10년 내에 금융산업의 부가가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로 끌어 올린다는 ‘10-10 밸류업’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야심 찬 출발이었을까. 우리금융그룹의 일부 매각을 제외하면 제대로 마무리된 것이 없다.

이로부터 교훈을 얻었는지 정부는 작년 2월부터 4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기 시작한 금융개혁에서는 외양보다 실리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간 벌여 놓은 4대 개혁과제 해결은 미뤄놓고 창조경제 및 경기 활성화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문제를 접어놓고 금융정책의 집행을 바꾸는 정도의 변화를 과연 금융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몇 가지 비판적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신관치’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금융개혁 추진 목적이 금융인들의 염원인 관치금융 청산과 금융자율화를 통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있지 않고 금융의 보신주의 성향을 바꾸어 정부의 창조경제 및 경제 활성화 지원을 유도하는 데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연 누구를 위한 금융개혁인가’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물론 금융이 경제 및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다만 정부의 상의하달(top-down) 방식이 문제인데, 과거 이러한 방식이 위기를 초래한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정부는 그림자규제 완화와 현장중심 금융개혁 등으로 금융회사를 달래보지만, 위험관리가 본업인 은행의 보신주의를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으며 강요에 의한 위험 부담이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금융개혁에 대한 두 번째 평가는 ‘어디로 가는 배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금융개혁 추진 방향이 금융회사와 소비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와 소비자, 국민은 금융자율화를 바란다. 관치금융을 떨치고 규제체계를 합리화하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규제의 틀을 바꾸어 금융산업이 거듭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이다. 반면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 과제가 정작 금융회사의 일이고 경영이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정부는 중요한 일은 접어두고 금융회사 일에 개입하는 꼴이 된 것이다.

세 번째는 가계부채 문제와 금융개혁이 서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경고음을 발하는 대신 금융개혁의 이름으로 금융감독의 종합검사 폐지, 그림자규제 완화, 중금리 대출 등 금융산업 건전성에 부정적인 요소를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서 줄곧 지적됐듯이 금융의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의 미분리로 금융감독의 독립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최근 가계부채 문제와 금융개혁은 향후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또다시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까지 외양간의 소를 잃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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