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혼밥족 쭉쭉 느니 간편식 쑥쑥 큰다

1인가구 비중 27% 달해 간편식 시장 규모 4년새 2배… 맛·영양 업그레이드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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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시금치국밥, 8일 육개장, 9일 산채나물비빔밥, 10일 김치만둣국, 11일 전복죽, 12일 설렁탕, 13일 크림토마토치킨커리.

김철수(34·직장인)씨의 다음 주 일주일간의 아침 식사 메뉴다. 아직 미혼으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씨의 철칙은 “아침은 꼭 먹는다”이다.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인 그는 일주일 내내 매일 다른 메뉴로 아침밥을 먹는다. 요즘 뜨는 ‘요섹남(요리를 잘 하는 섹시한 남자)’일까. 그는 고개를 내젓는다. 그는 3일 “최근 한 달 동안 도마와 칼을 써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가 진수성찬의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덕분이다. 한달에 한번쯤 인터넷으로 한달치의 아침식사와 휴일용 식사를 주문한다는 그는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쓴다”고 했다. 30끼가 넘는 식사의 메뉴를 겹치지 않게 주문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는 “물론!”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가정간편식이란=가정간편식은 ‘가정 음식을 대체할 만한 음식’으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식품이다. 가정간편식은 크게 4종류로 나눌 수 있다. 조리용 채소 등 식재료를 요리하기 편리하게 씻어서 소분한 상품인 ‘RTP(Ready to Prepared)’, 바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RTC(Ready to Cook)’,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RTH(Ready to Heat)’, 그대로 바로 먹을 수 있는 ‘RTE(Ready to Eat)’이다.

RTC는 냉동만두, 냉동돈까스, 양념갈비, 전골재료모듬, 순두부찌개 등이다. RTH는 즉석밥, 즉석죽, 즉석국, 냉동피자, 3분카레 등 레토르트 식품이다. RTE는 밑반찬, 나물, 김치, 샐러드, 샌드위치, 김밥, 유아용 이유식 등이다.

◇1인 가구 증가로 확대되는 시장=올해 복고바람을 일으킨 케이블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그래!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감흥을 준 장면 중 하나가 온 가족이 모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다. 덕선이네는 5명의 식구가 둥그런 밥상에 둘러앉아 티격태격 하기도 하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밥을 먹는다. 요즘은 이런 모습 보기 힘들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한 상에서 밥을 먹는 것은 주말에도 쉽지 않다. 또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져 같이 밥을 먹는다는 의미인 ‘식구(食口)’란 개념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5년 27.0%로 급증했다. 결혼을 한 다음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들이 늘면서 2인가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혼자 또는 두 사람이 하루 한두끼만 먹다보니 요리하는 번거로움은 제쳐두고라도 재료나 음식이 남아서 버리게 된다. 따라서 필요한 만큼만 완제품을 구매해 먹는 것이 외려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편의점 등에서 가정간편식을 구매해 먹는 것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라면 제외)는 2010년 7747억원, 2012년 9500억원, 2014년 1조3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불황의 터널에 갇힌 식품 시장에서 나홀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은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35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34.0%에 이를 전망이다. 20년 후에는 3가구 중 1가구가 혼밥족이 되는 셈이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궤를 같이 하는 가정간편식 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인스턴트에서 건강식으로=1세대 가정간편식은 라면이다. 라면이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 끓여서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라면은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간편식으로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라보떼(라면으로 보통 떼운다)’라는 80년대의 유행어에서 드러나듯 제대로 된 식사라기보다는 허기만 가시게 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란 인식이 강하다.

2세대 가정간편식은 레토르트(Retort) 식품이다. 레토르트 식품은 고온 살균 제품으로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고, 쉽게 개봉해 뜨거운 물에 데워 먹을 수 있는 멸균밀봉 즉석식품이다. 오뚜기가 1981년 5월 첫선을 보인 3분카레는 출시 첫해 400만개나 팔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즉석에서 아무 때나 카레의 맛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3분카레는 영양가가 높은 완전 조리식품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이후 다양한 레토르트 식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라면은 물론 초기의 레토르트 식품들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긴 했지만 일상식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가정간편식의 본래 의미인 ‘대용식’으로 자리를 굳히는 데 한 몫 한 것은 바로 즉석밥이다.

1993년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천일식품이 냉동 볶음밥을 선보였다. 이어 1995년 비락과 빙그레에서 레트로트 공법을 적용한 상품밥이 나왔다. 1996년 CJ제일제당이 ‘햇반’을 내놓으면서 즉석밥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전자렌지에 2분만 돌리면 갓 지은 것처럼 따끈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이 등장하면서 마트나 슈퍼에서 구입하는 가정간편식 제품이 비로소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용식’이 됐다.

◇가정간편식의 변신은 무한대=최근 2∼3년 간 식품업계와 유통업계가 경쟁적으로 다양한 가정간편식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에 비해 보다 고급화, 다양화된 3세대 가정간편식 시대가 열렸다. ‘밥’이나 ‘국, 찌개’를 바탕으로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는 제품들이 나오고, 편의점 PB(자체 브랜드)를 비롯한 도시락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3세대 가정간편식은 원재료를 고급화 하고, 영양도 개선됐고, 맛도 업그레이드 됐다. ‘밥보다 더 맛있는 밥’을 내세운 다양한 즉석밥들이 나오면서 엄마가 해주는 ‘집밥’과 경쟁을 벌일 만큼 맛과 영양이 향상됐다. 최근에는 잡곡밥을 앞세워 집밥을 넘어 ‘건강한 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문 셰프들이 참여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들도 등장했다. 이마트의 PB 간편식인 ‘피코크’는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 쉐프 4명이 참여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인기 셰프 에드워드 권과 손잡고 식자재 본연의 맛, 향, 식감과 영양소까지 최대한 유지해 주는 수비드(Sous Vide) 공법으로 만든 스테이크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 백화점 식품 코너나 대형마트, 슈퍼에서 구입하는 가정간편식은 ‘손쉽고 빠르게 때우는’ 것을 넘어 ‘제대로 된 한 끼’, 나아가 ‘특별한 한 끼’로 진화하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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