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땅에도 ‘생명의 축복’… 시리아 난민캠프서 5000번째 아기가 태어났다 기사의 사진
2일(현지시간) 요르단 자타리에 있는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5000번째로 태어난 아기 리마가 강보에 싸여 있다. 자타리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2일(현지시간) 요르단의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다. 자타리 난민캠프의 5000번째 아기 리마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시리아 남부 다라 출신인 아기의 엄마 콜로우드 술리만(21)이 지난주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원하는 이곳의 병원에서 딸을 낳은 것이다. 이곳은 5년째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술리만의 딸 한 명은 시리아에서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첫째를 낳을 때보다는 수월했어요.” 엄마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리마의 힘찬 울음소리는 난민캠프에 있는 시리아인들에게 전쟁과 테러 속에서도 새 생명은 태어나고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날 파티에 참석한 유엔 소속 레지던트 에드워드 칼론은 축사에서 “리마의 출생은 이곳에서 아기를 낳은 임산부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서로운 사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뜻에서 리마의 부모는 주치의 이름을 따 아기 이름을 지었다. 담요에 싸여 있던 아기는 가족과 현지 유엔 관계자, 자원봉사자, 난민 이웃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는 평화로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리마의 아버지 무함마드 살라메(22)는 집에 온 손님들에게 “이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면서 팔라펠을 나눠줬다. 팔라펠은 콩류를 갈아 빚은 후 튀긴 중동 지역 전통음식이다. 살라메는 자타리 난민캠프 안의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다.

‘샹젤리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난민캠프의 중심가에는 음식점이 여러 개 있고, 자전거 가게부터 웨딩드레스숍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살라메는 식당에서 12시간 교대로 일하고 하루에 5디나르(약 8600원)를 번다. 그 돈으로 부부와 새로 태어난 리마를 비롯한 세 남매, 살라메의 여동생과 그녀의 딸, 뇌졸중을 앓는 살라메의 아버지가 살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살라메는 “나와 아내가 바라는 것은 단지 우리 딸들이 살면서 우리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공식 집계되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이곳에서 태어난 아기는 1만명가량이 될 것으로 유엔은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 유엔이 지원하는 병원이 생긴 것은 2013년이어서 그 전에 태어난 아기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탓이다.

자타리 캠프의 인구는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해 1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많은 난민 가족들이 붐비는 난민캠프를 떠나 바깥에서 살기도 한다. 이 난민캠프는 ‘요르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처럼 변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캠프 내 생활환경도 점차 안정돼 몇 년 내 실제 도시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들은 ‘정상’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아오이페 맥도넬 요르단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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