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53)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 의료한류 선도… 외국인 환자들 ‘입소문 내원’ 기사의 사진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 주요 의료진. 앞줄 왼쪽부터 가정의학과 최은정 교수, 내과 남경훈 교수, 산부인과 김영탁 교수(소장·국제사업실장), 국제사업실 차동진 차장.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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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해 동안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만5000여 명이다. 1만3500여 명이 외래진료를 받았고 605명은 입원 요양, 1100여 명은 건강검진 서비스를 받았다. 조사결과 4년 전인 2011년보다 91%가 늘었다. 그간 입원환자는 123%, 건진 수검자도 35%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인이 25.1%로 가장 많았고 중국인이 16.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환자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아랍에미리트 환자는 2011년 18명에서 2015년 1464명으로 81.3배, 카자흐스탄 환자는 같은 기간 111명에서 1726명으로 늘었다. 2011년 63명에 불과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환자도 4년 만에 572명으로 9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유명 병원도 포기한 환자를 잇달아 살려내고, 그 소식이 입소문으로 세계 각국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식 후 거부반응이 우려되는 고위험군 환자’라는 이유로 미국이 두 손을 든 아부다비 환자가 201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2013년에는 일본 병원들이 포기한 알코올성 간경변증 러시아 환자가 2대 1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최근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연수를 받은 이스라엘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자국의 환자를 보내 수술을 받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물론 이 환자도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해 모국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외국인 환자는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순간부터 진료, 입원, 수술까지 각종 병원행정 처리부터 숙박, 식사까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개원과 동시에 국제진료센터(소장 김영탁·산부인과 교수)를 개소, 외국인 환자가 병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퇴원해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최선의 진료 및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해 의료한류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컨시어지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가이드 서비스를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엔 현재 5명의 전담 의료진이 상주하는 가운데 각과 교수진이 외래 진료실을 개설, 각국 환자의 다양한 진료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또 국제진료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와 행정직원이 외국인 환자의 진료행정 처리는 물론 숙박과 교통 예약 등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의 모토는 ‘외국인 환자도 내 집처럼 생각하는 서울아산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랍어, 일본어, 몽골어, 러시아어 등 언어별 코디네이터가 상주해 환자가 진료를 받을 때 통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입원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식단도 한식만 고집하지 않고 서양식과 중동식(할랄푸드)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돕고 있다. 외국인 환자에게 익숙한 식사를 통해 체력회복과 향수병 극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11월 지금의 국제진료센터로 리모델링하면서 날로 증가하는 중동환자를 위해 진료 프로세스도 대폭 개선했다. 중동 음식 전문가를 초빙해 병원 영양팀 직원을 교육했고 다양한 종류의 할랄푸드를 개발했다. 아랍어 통역사 병동 전담제를 운영해 중동 환자의 편의를 제고한 것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아랍어로 된 ‘입원환자 기본의사 표현집’을 제작해 통역사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도 간호사들과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시간에 맞춰 기도를 하는 중동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남녀구분 기도실과 휴게실을 설치했으며, ‘중동환자 사후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지속적으로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는 2020년까지 해외 환자 100만 명 유치라는 국가적 목표에 부응해 외국인 환자 진료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영탁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특히 세계 표준에 맞는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의학자 연수 및 문화적 교류를 통한 국가 간 신뢰를 증진시켜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앞장설 각오”라고 포부를 밝혔다.

◆ 김영탁 소장은
부인암 분야 최고 권위자… 세계산부인과연맹 상임이사국 집행위원 활동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5년 서울고, 1981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을 이수하고 1989년 서울아산병원이 개원할 때 산부인과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현재 산부인과 교수 겸 국제진료센터 소장, 국제사업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1994∼1995년 존스홉킨스대, 2003∼2004년 오하이오주립대에 연수를 다녀왔다. 부인암 분야의 기초의학 연구와 최신 암 치료법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2009∼2014년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부인과의사 중 최초로 세계산부인과연맹 상임이사국 집행위원으로 선출됐고 오는 10월부터는 대한부인종양학회장도 맡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자궁근종, 자궁암, 난소암 등 부인암 치료분야의 자타공인 국내 최고 권위자다. 특히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연구와 자궁암 예방백신 개발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김 교수는 요즘 국제진료센터 소장 및 국제사업실장으로서 낯선 나라에서 치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의 불편함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권위적 자세를 버리고 국적, 인종, 성별,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진료해야 합니다.” 김 교수의 평소 진료철학이다.

‘난소암 환자의 불완전 종양축소수술 예측계산도 연구’ ‘젊은 여성에게서 발생한 초기 자궁내막암의 고용량 황체호르몬 치료효과 연구’를 포함해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2006년 동료교수들과 ‘암에 대한 모든 것’(가림건강신서54)을 펴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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