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1부 ③] ‘편안한 마침표’ 요원… 호스피스 병상 0.17% 뿐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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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호스피스, 나를 위한 선택

③ 턱없이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말기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호스피스 인프라는 매우 미흡하다. 2014년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13.8%에 그쳤다. 사망한 암 환자 7만6611명 중 1만559명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았다는 뜻이다. 영국(95%) 미국(44.6%) 대만(30%)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같은 해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국민의 58.5%는 호스피스 이용 의사가 있고, 71.7%는 그 효과에 긍정적이었다. 이렇게 높아진 인식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배경에는 부족한 인프라가 있다.

◇호스피스병상 0.17% 불과…1400병상만 늘린다?=국내 호스피스 기관과 병상은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간병 지원 등 제도적 여건도 충분치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병원 호스피스병동과 간병도우미제를 시행하는 기관에 환자가 몰린다. 편안한 임종을 맞으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 병상은 올 2월 기준 67개 의료기관에 1118개가 있다. 전체 의료기관 병상 67만4646개의 0.17%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2006년 ‘제2기 암 정복 10개년 계획’에서 2015년까지 2500개 호스피스병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3년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에선 2020년까지 호스피스 이용률을 20%로 높이고 완화의료 전문 병상은 1400여개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몇 년 만에 크게 후퇴한 것이다. 1400병상 확충은 사실상 자연증가분 정도에 해당한다. 고령화와 암 환자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늘어나는 호스피스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웰다잉법 제정으로 내년 8월부터 에이즈, 만성간경변,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등 3가지 말기 질환이 새로 호스피스 이용 대상에 포함되면 수요는 더욱 늘게 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의 적정 공급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영국의 호스피스 수요 산출 기준(인구 100만명당 50병상)을 적용할 경우 2021년까지 2538병상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수도권·대도시 몰려…지역편차 극복도 과제=호스피스기관의 ‘지역별 불균형’도 해결 과제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 있어 지방 환자의 호스피스 접근성은 크게 떨어진다. 현재 67개 호스피스기관의 1118병상은 서울 254병상(13개 기관), 경기 222병상(14개 기관), 인천 77병상(4개 기관) 등 수도권이 553병상으로 거의 절반(49.4%)을 차지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고서에서 전국을 27개 진료권으로 나눠 지역별 적정 호스피스병상 수요량을 산출했다. 호스피스병상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은 지역은 춘천·순천·포항·제주로 나타났다. 반대로 공급 부족 지역은 부산·대전·울산·원주·천안·익산·목포·화순·안동·창원·진주가 포함됐다. 이 중 원주·익산·안동은 공급량이 아예 없어 호스피스 서비스가 가장 취약한 곳으로 분류됐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는 “부족한 병상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갖춰진 병상이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제도적 지원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도 “정책 목표를 장기적으로 유럽 수준의 호스피스 확충으로 정하되 단기적으로는 지역별 수급 상황 모니터링을 통한 ‘균형적 배치’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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