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43) 배우 이철민, 꿈의 실천 기사의 사진
배우 이철민. 필자 제공
우리는 오직 한길을 걷고 있는 인생을 바라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꿈을 향한 침묵의 길을 걷는 열정이 우리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것도 바로 한길을 실천하는 쉽지 않는 삶 때문이다.

배우 이철민을 만난 건 지난주 대학로의 수현재씨어터였다. 연극 ‘얼음’(작·연출 장진) 무대에 오른 이철민은 이날 김무열과 호흡을 맞췄다. 대한민국 베테랑 신스틸러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라는 수식어처럼 알려진 배우들의 출연에 객석은 빈자리가 없었다. 막이 열리자 이철민의 다이얼로그는 객석을 잔잔하게 타고 올라온다.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은 그 죽음의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조각한다. 극의 탄탄함과 배우의 연기에 관객들은 들숨 날숨 없다.

이철민은 대구 대륜고 시절 차분하고 신중한 친구였다. 배우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하겠다는 말에 담임선생은 손사래를 쳤다. 1991년 영화 ‘장군의 아들2’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4년 뒤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양춘식 역을 맡을 때까지 친구들은 그가 배우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그 꿈이 언제부터 시작이었는지 물었을 때 이철민의 뚝심과 조우한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적어 장롱 위에 숨겨두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혼자 발버둥 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교시절 자신이 출연한다고 연극 보러 오라고 한 기억이 난다. 나무 역할이었는데 대사는 없었다. 그래서 이철민의 꿈이 더욱 배우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 장모 댁에 남자 신발이 안 보이자 불안하다며 자신의 구두를 벗어두고 슬리퍼를 신고 귀가했던 이철민. 그 모습이 ‘자기야-백년손님’에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한때 연봉 200만원이라는 훈장은 이제 무용담이 됐다. 멈추지 않는 그의 묵묵한 발걸음, 우리 시대의 온기 감도는 배우 이철민의 현재다.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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