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배우 최정원 “무대만 서면 행복해요 이제 내게 배우란 삶 그 자체죠” 기사의 사진
뮤지컬 ‘맘마미아’에 출연 중인 최정원은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배우는 내게 직업이 아니라 삶 자체”라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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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유독 젊음과 동일시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여배우라면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정원(47)은 달랐다. 지난 4일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 중인 서울 샤롯데씨어터(6월4일까지)에서 만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얼굴 주름에 만족해하며 활짝 웃었다.

‘맘마미아’에서 스무 살 딸을 혼자서 키워온 마흔의 미혼모 도나 역으로 10년째 출연하고 있는 최정원은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게 좋은 점도 많다. 특히 연기의 강약 조절이 능숙해지면서 감정을 좀 더 세밀하게 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연출가 임영웅 선생님께서 배우가 극중 배역보다 10살은 더 먹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정말 실감한다”면서 “젊은 시절엔 자신의 연기에만 신경 쓰다가 나이가 들면 상대 배우의 연기에 맞출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리액션의 중요성을 체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각광받는 젊은 배우들과 비교해 춤과 연기, 노래가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무대에 대한 사랑과 집중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경주와 함께 뮤지컬 전문배우 1세대의 간판스타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7년 롯데월드 예술단 1기 오디션에 덜컥 합격하면서 뮤지컬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89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이후 한길을 걸어왔다. 젊은 배우들이 대거 활동하는 현재 국내 뮤지컬계에서도 여전히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랫동안 무대에서 빛나는 비결을 묻자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다. 관객과 교감하며 박수갈채를 받는 것보다 배우에게 기쁜 것은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퇴보하기 쉬운데 주변에서 아직까지 칭찬받는 것을 보면 내가 관리를 잘해 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공연을 하는 날은 즐겁지만 공연이 없는 날은 오히려 컨디션 조절이 잘 안 된다. 배우로서 살아온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훨씬 길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이제 배우는 내게 직업이 아닌 삶 자체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도 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던 2000년대 전반 애매한 위치에 처했다. 당시 각광받는 젊은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엔 다소 나이가 들었고, 중년 역할을 맡기에는 젊었다. 힘든 과도기를 지나고 “역시 최정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2007년 ‘시카고’의 벨마와 ‘맘마미아’의 도나 역에 잇따라 출연하면서부터다.

20대 시절 ‘시카고’의 두 매혹적인 살인범 가운데 어린 록시 역할로 유명했던 그는 리바이벌 버전에서 원숙한 벨마로 변신했다. 신시컴퍼니의 간판 레퍼토리인 두 작품이 10년째 공연되는 동안 상대 배역은 꾸준히 바뀌었지만 최정원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두 작품을 하지 않는 시기엔 ‘유린타운’ ‘고스트’ ‘피아프’ ‘아가사’ ‘라카지’ 등에 출연하며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그는 “27년간 출연한 작품이 30편으로 요즘 10년차 배우가 보통 30편 정도를 하는 것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신작보다 ‘맘마미아’ ‘시카고’처럼 하나의 작품에 오랫동안 출연한 경우가 많은 탓”이라며 “‘맘마미아’의 도나와 ‘시카고’의 벨마 역을 언제까지 하겠다고 정한 것은 없지만 지금보다 잘할 수 없다면 바로 떠날 생각이다. 늘 오늘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나이에 맞는 역할로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 앞으로 치매 걸린 할머니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아직까지 못했던 악역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계에서 여배우의 ‘정년’을 계속 연장하고 있는 최정원의 변신이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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