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내 차례? 다시 살아난 ‘살생부’… 새누리 공천 파동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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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20대 총선 공천심사 면접장 앞에서 같은 지역구(부산 중·영도) 예비후보들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혁란 예비후보, 김 대표, 김용원 최홍 최홍배 예비후보.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은 주말 내내 벌집 쑤신 듯 어수선했다. 지난 4일 저녁 전격적으로 컷오프된 김태환 의원 때문이다. 의원들은 첫 번째 공천 탈락자가 여권 심장부인 TK(대구·경북) 출신의 친박(친박근혜) 중진이라는 점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김 의원과 함께 ‘현역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인사들은 “설(說)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논개 작전 시작?…다시 힘 받는 살생부=김 의원의 공천 탈락이 의미심장한 건 그가 말로만 떠돌던 ‘논개 작전’에 딱 맞아떨어지는 인물이어서다. 논개 작전은 친박이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자파 중진을 먼저 자른다는 것이었다. 이런 시나리오와 함께 나돈 컷오프 명단에는 친박에서 김 의원을 비롯해 S·J·A·H 의원 등과 비박의 J·S·K·L 의원 등이 포함됐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도 있었다.

명단에 적힌 한 의원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관리위원회가 외부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김 의원을 경선에 내보낼 줄 알았는데 한 방에 떨어뜨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객관적 기준이 있다고 하지만 적용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며 “혹시라도 꼬투리 잡힐 만한 일은 없는지 과거 행적을 되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살생부에 올랐던 친박 의원은 “‘다음은 내 차례인가’ 싶어 몸조심하게 된다”며 “이런 때일수록 있는 듯 없는 듯 지역에 파묻혀 일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김 의원이 1943년생(만 73세)으로 나이가 적지 않고 과거 음주폭행 시비 등에 휘말린 전력이 있어 당규 제9조에 규정된 ‘부적격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관위가 자격 심사를 엄격하게 한 것이지 계파 등 정치적 판단을 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는 의원들조차 “공관위의 2차 발표를 지켜봐야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똑같이 살생부에 올랐어도 비박의 불안감은 더 컸다. 그들은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만큼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공관위의 첫 작품을 보면서 김 대표가 과연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한 의원은 “김 대표가 공관위의 단수추천 발표를 보고받고 격노했다고 하는데, ‘격노’했다는 기사를 벌써 몇 번째 보고 있다”며 “격노는 결정적 순간에 한 번 하는 것이지 때마다 격노만 하는 건 아무 의미 없다”고 답답해했다.

◇“공관위, 단수추천 멋대로 적용”=공관위가 단수추천 규정을 자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새누리당 당헌대로라면 단수추천은 공천 신청자가 한 명이거나 복수의 신청자 중 한 명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에 한해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단수추천 지역이 된 경북 구미을엔 김 의원과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 말고도 6명의 예비후보가 더 있었다. 공관위는 장 전 위원장의 공천을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월등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현역 의원이 단수추천된 나머지 8곳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살생부에 올랐던 일부 비박 의원들은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해 당내 경쟁자가 없는데도 1차 단수추천 대상에서 빠졌다.

한 의원은 “기준을 정하고 지역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공관위원들끼리 이견이 없는 지역만 서둘러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공관위가 당헌을 무시하고 단수추천제를 악용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 결과 유출 사건을 조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 공관위에 제출된 자료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최초 공표자를 추적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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