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앞으로 회의 부르지 말라”… 김무성에 경고장

與 최고위 비공개회의 격론… 공관위 ‘마이웨이’ 힘실려

이한구 “앞으로 회의 부르지 말라”… 김무성에 경고장 기사의 사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게 입을 다문 채 다른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다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는 모습. 이동희 기자
“앞으로 부르지 말라. 처음이니 예의 차원에서 왔는데 앞으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 나와 이같이 일성을 날렸다. 그는 “공관위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누구도 압력을 넣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그걸 밝히러 왔다”고도 했다. 최고위가 단수추천지역 9곳 등 지역구 36곳에 대한 1차 공천발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자신을 ‘소환’한 것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예전에는 (위원장이 보고를) 다 했는데 유별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미 서류로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며 결정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10여분간 발언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와 당사로 떠났다.

최고위원들은 이후 회의에서 격론을 벌였지만 경선지역과 우선·단수추천지역에 대한 1차 공천위 발표를 원안대로 추인했다. 이 위원장은 단수추천 및 부적격 후보 선정에 대한 재량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고,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 리더십 시험대에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당내에서는 공천 주도권 싸움에서 권력 무게 추가 이 위원장 쪽으로 급격히 기운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전날 면접에서 “상향식 공천 정신을 훼손하는 단수추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김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날 “경쟁력이 있는데도 단수추천으로 경선도 못 해보고 탈락한 2·3위 후보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결정을 바꾸진 못했다.

현역 첫 탈락자가 된 김태환 의원은 최고위에 직접 나와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의원은 김 대표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표 본인은 상향식 공천을 주장했음에도 여러 최고위원들이 ‘공관위 첫 발표에 손을 대면 다음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취지로 말해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의 이른바 ‘마이웨이(My way)’식 공관위 운영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도부는 이 위원장에게 이날 경선 일정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위원장은 “속도조절할 처지가 안 된다. 걸핏하면 자꾸 시비가 붙으니 속도가 안 나 걱정”이라고 일축했다.

이 위원장의 ‘치고 빠지기’ 작전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공관위의 1차 발표 내용은 상향식 공천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할 만큼 강력한 내용이 포함된 것이 아니어서 김 대표가 정면으로 제동을 걸만한 사안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일단 현역 컷오프와 단수추천의 물꼬가 열린 셈이어서 향후에도 최고위가 공관위 결정을 거스르기는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공관위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도 얻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이 당헌·당규를 따르고 여론조사 동향이나 민심의 동향을 잘 읽고 있다”며 “아무리 당대표지만 당헌·당규를 다 잘 알 수는 없다”고 했다.

공관위는 조만간 2차 공천 발표에서도 상당수의 단수·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져 내홍도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당 안팎에서 이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는 만큼 상향식 공천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발표가 이어질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원을로 출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오전 경기 수원갑 지역에서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과 경합 중인 김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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