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창현] 시진핑의 공급중심 개혁 기사의 사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시(시진핑)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은 시진핑 주석은 신창타이(신상태)라는 과제를 제시해 중국의 중속 성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관리하는 등 시의적절한 화두를 제시해 왔다. 최근 시 주석은 공급중심 개혁이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동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케인스 경제학적 처방에서 공급중시경제학적 처방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까지 하고 있다. 물론 이는 공급중시경제학적 처방을 가미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조치의 의미는 상당한 수준이다.

1980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후보가 제시하면서 레이거노믹스라 명명된 공급중시경제학은 주로 감세와 규제완화 그리고 작은 정부 등을 통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 체질을 강화시켜 국가경쟁력 제고를 추구하는 정책적 패키지였다. 이 정책은 케인스 경제학이 주로 수요 관리에 중점을 둔 것과 대조되면서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 처방은 세율이 너무 높아지는 경우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을 꺾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 오히려 유인체계를 제공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면을 역설하면서 감세정책을 시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레이거노믹스에 민영화, 자유로운 자본이동, 자유무역 등의 정책적 과제들이 추가되면서 이 과제들이 ‘워싱턴 컨센서스’로 명명되었고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진영에서는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신자유주의적 정책 처방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노선이 정책 목록에 추가된 것이지만 중국 당국의 흑묘백묘(黑猫白猫)적 접근에 대해 새삼 주목하게 된다.

중국은 ‘공급개혁’을 기술,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배분과 활용 시스템을 개혁해 생산효율 최대화를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과거 중국 정부가 수요 확대와 자원의 무한 투입을 통해 성장을 실현했던 관행을 바꿔 자원배분 효율화와 혁신적인 시스템으로의 개혁을 통해 효율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감세와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부실기업에 대해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시행, 기업을 더욱 강하게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11월 중앙재경영도소조회의에서 시 주석은 “공급 구조개혁을 강화하고 공급체계의 품질과 효율을 제고해 중국 경제 성장의 강력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모두 공식석상에서 ‘공급개혁’을 강조하고 이를 중국 경제의 핫이슈로 부상시키고 있다. 필요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우리 모습은 어떤가. 우리 사회는 우리가 어렵게 잘 키워낸 기업들을 잘 보듬어주고 있는가.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이 기업우대 정책을 통해 기업 영업 환경 개선을 위해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풀고 있는데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이 오히려 더 열악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위기 상황에서 가진 자 운운하면서 기업을 옥죄기보다 공급 중시적 처방을 통해 기업들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면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중국의 공급개혁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 정책에도 이러한 점이 최대한 반영돼야 할 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委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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