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또 도마에 오른 신용카드 소득공제 기사의 사진
늘 2월 같은 월급을 받았으면 좋겠다. 연말정산 환급분이 얹혀 나온 지난달 내 급여는 두툼했다. 적어도 내게는 ‘13월의 보너스’란 말이 주효했다. 동료들을 봐도 뱉어낸 쪽보다는 얼마라도 챙긴 측이 훨씬 많다. 팍팍한 세상에 연말정산이 상당수 직장인들을 위무한다. 사실 많이 쓴 만큼 더 되돌려받는 것임에도 어떻든 기분은 참 좋다.

지갑을 채운 환급의 근거는 각자 다르다. 내게는 연로하신 부모님과 연관된 여러 공제가 큰 몫을 했다. 대개의 직장인들에게는 신용카드 공제의 역할이 크다. 이달 초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공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항목으로 40.6%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꼽았다. 신용카드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많이 적용되는 공제 대상이다. 특히 인적공제 대상이 별로 없는 젊은 독신 직장인들한테는 절대적 절세 혜택을 준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갈림길에 섰다. 정부가 올 연말로 일몰(종료) 예정인 이 제도에 대한 성과 평가를 시작했다. 효과를 판단한 다음 2016년 세법개정안이 마무리되는 하반기에 그냥 둘지, 없앨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존폐 논의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1999년 9월부터 3년 한시적으로 시행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거듭 연장됐다. 정부는 그동안 몇 번 폐지하려 했으나 여론의 반발로 무산되자 땜질식으로 보완하는 선에서 존치시켰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원칙대로 종료하겠다는 정부의 기류가 좀 세다. 명분은 제도 취지인 상거래 투명성을 통한 세원 양성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3000원짜리 라면 한 그릇 먹고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만큼 보편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탈루 여지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세금 감면 규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근로소득세 감면액은 2000년 346억원에서 작년에는 1조8163억원 정도였다. 15년 만에 50배 이상 급증한 데다 2조원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다. 3년 연속 세수결손에서 작년에야 벗어날만큼 건전재정 압박을 받는 정부로서는 놓칠 수 없는 액수다. 1조8000여억원은 정부 우회지원 3000억원을 제외하고 시·도교육감들이 정부에 요청한 누리과정 예산과 맞먹는다. ‘꼼수 증세’라는 엄청난 욕을 먹으면서도 담뱃세 인상을 밀어붙인 정부의 구미가 당기지 않을 리 없다.

그렇지만 정부 의지가 쉽게 관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까지 겪은 마당에 여론을 거스를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협조도 간단치 않다. 결국 결론은 뻔하다. 2년 정도 또 유예하되 공제를 축소하는 쪽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도마 위에 일곱 번째 오르는 셈이다.

차제에 임시변통 대책이 아니라 정책적 검토를 거쳐 정식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법제화는 소득 재분배라는 조세정책의 핵심 기능과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찬반이 빗발치겠지만 현실적으로 단칼에 없애는 것이 어렵다면 합리적 내용을 담아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실리적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서라면 과도한 근로소득세 면제 대상자를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4년 현재 전체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자 1619만명 중 47%인 759만9000명이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제 대상자다. 이는 ‘국민개세주의’라는 헌법의 조세의무,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실제적 조세정의에도 어긋난다. 그래도 세수가 부족하면 법인세율을 높여야 되고 궁극적으로는 ‘금기’를 깨고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 결론이 뻔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존폐의 소모전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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