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오만’이 빚은 막장 드라마… 공천 과정 둘러싼 이전투구 격화

살생부→ 조사자료 유출→ 막말… 계파 갈등 ‘민낯’ 고스란히

與 ‘오만’이 빚은 막장 드라마… 공천 과정 둘러싼 이전투구 격화 기사의 사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9일 김무성 대표에게 사과하기 위해 국회 당대표실로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한 채 나와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이동희 기자
최근 친박(친박근혜)계 실세가 작성했다는 ‘살생부’ 파문에 당이 발칵 뒤집혔다. 며칠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천 관련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가 적힌 사진 등 괴문서가 떠돌자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대통령 특보를 지낸 친박계 핵심 실세 의원이 당대표를 향해 “죽여버려”라고 막말을 한 녹취록도 공개됐다.

‘막장 드라마’의 엑기스만 뽑아놓은 것 같은 일련의 사건이 불과 열흘 사이에 집권당인 새누리당에서 벌어졌다.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여권 내 계파 갈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천 과정을 둘러싼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여권이 야권 분열로 일찌감치 압승을 전제로 영역다툼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여당에 ‘오만하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경우 경제심판론과 맞물려 중도층과 청년층 표심을 자극할 수 있어 새누리당 총선 목표인 180석은 물론 과반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공천을 둘러싼 여당 내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확실한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처럼 김무성 대표가 확고한 여권의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자 당 안팎에서 김 대표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친박계는 박 대통령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레임덕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걸림돌이 되는 인사들을 사실상 ‘전략공천’을 통해 쳐내고 싶어 한다. 반면 박 대통령 앞에서 유독 작았던 김 대표가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며 완성했다는 상향식 공천의 원칙이 허물어질 경우 대선주자는커녕 정치생명이 위협받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김 대표 측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권 분열로 역대 어떤 선거보다 여당에 유리하게 형성된 선거 구도가 여권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과거 선거에선 참패에 대한 위기감이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와 인재 영입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처럼 야당에 안정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 여권에 노골적인 내부 공천 경쟁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인물 영입이 야당에 비해 뒤처지거나 공천을 둘러싼 당 내홍이 계속될 경우 기존에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한장희 이종선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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