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농자천하지대본” 농업시장에 말뚝박는 화학기업들

글로벌 화학社들, 농약·종자회사 M&A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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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등장과 함께 생존을 위한 식량을 책임져 왔던 농업이 화학의 미래 먹거리로 재조명받고 있다.

화학은 과거 합성비료를 생산하거나 교배육종 기술을 동원한 신품종 개발 차원에서 농업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학 분야의 합성 및 분리·정제 기술이 종자 및 유전자 변형 등의 분야와 결합하면서 신물질 개발, 에너지 작물 창조 등 고부가 첨단산업과 연관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화학회사들은 이미 앞 다퉈 농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국내에서도 화학과 농업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1위 LG화학, 농업분야 본격 진출=국내 화학 회사의 농업분야 진출과 관련해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국내 1위 화학기업인 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 움직임이다. LG화학은 지난 1월 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동부팜한농 주식 100%를 5152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확정실사 및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쳐 조만간 인수 계약을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동부팜한농은 국내 최대 농자재 기업이다. 지난해 4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으로 인해 매물로 나오게 됐지만, 알짜회사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로 작물보호제를 생산·공급해 창사 이래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신물질 제초제 ‘테라도’를 통한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나서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종자 사업은 20여개 작물 분야·500여 품종을 생산하며 역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2012년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자 종자회사인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하며 다양한 육종 기술을 보유하게 됐으며, 유전형질 기술 및 에너지 작물 종자 등 고부가가치 사업도 추진한다. 비료는 국내 시장 2위를 점유한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 인수를 통해 기존 화학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작물보호제와 종자·비료시장 등 농화학분야에 대한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미 확보하고 있는 석유화학분야의 유기합성 및 분리·정제 기술과 장치공장 운영 노하우가 동부팜한농의 농화학 기술과 접목될 경우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 화학기업들은 농화학 사업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면서 “LG화학도 이번 동부팜한농 인수로 농화학 사업에 진출해 선진형 종합 화학회사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농화학 분야는 미래 식량부족 문제 해결의 핵심 분야로서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1000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0년 1400억 달러 이상으로 연평균 약 6%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글로벌 농화학 분야 시장점유율 상위 6개사의 경우, 연평균 영업이익 15% 정도의 고수익을 창출하는 등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세계적 화학회사, 앞다퉈 농업분야 깃발 꽂기=글로벌 화학회사들도 농화학 기업과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관련 분야 역량을 강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본업인 석유화학 등 기초소재 부분에서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세계적인 기술력 평준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에 한계를 느껴왔기 때문이다.

농화학분야에 대한 글로벌 화학업계의 의지는 지난해 말 발표된 글로벌 화학업계 공룡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합병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화학기업 순위 2위 다우케미칼과 8위 듀폰의 합병은 농화학 분야에 대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화학업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눈독 들이는 농업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치고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듀폰은 이미 매출의 41%를 농화학 분야에서 올리고 있다. 다우듀폰이 출범하면 농화학분야 시장 지배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다우듀폰이 미국 옥수수 종자 시장점유율 41%, 콩 종자 시장점유율 38%로 각각 1위에 오르고, 세계 농약시장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도 농화학분야로 급격히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는 세계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 화공그룹(CNCC)은 지난달 약 430억 달러(약 52조3700억원)에 세계 최대 농약업체이자 3위 종자생명공학 기업인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신젠타는 종자와 작물보호제(농약)를 주력으로 하는 농화학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이다. 특히 유전자조작(GMO) 종자 분야에서는 미국의 몬산토, 듀폰과 함께 세계시장 점유율의 약 90%를 장악한 글로벌 ‘넘버 3’ 기업이다.

이런 거대기업을 중국이 인수했다는 사실은 기존 미국 주도의 세계 농화학 분야에서 중국이 신흥강자로 부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향후 종자를 중심으로 한 식량 무기화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과 치열한 패권다툼을 전개할 것이라 예측도 낳고 있다.

◇국내기업 농업분야 투자 서둘러야=국내 화학회사들도 서둘러 농화학분야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그동안 CJ가 중심이 돼 관련 분야 투자를 이끌어왔다. CJ그룹 계열의 CJ브리딩은 2015년 3월에 설립돼 3년 내 영농법인으로 전환해 우수 종자 7개 품목을 개발·상품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CJ제일제당은 대학 및 정부연구기관과 손잡고 쌀품종 ‘서농17호’, 김(해태) 종자 ‘해풍1호’를 나란히 개발해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동부팜한농도 LG화학에 인수된 것을 계기로 LG그룹 차원의 농화학산업 육성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화학과 농업기술의 만남은 전통적인 교배육종 기술을 동원한 신품종 개발 차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와 결합돼 의약 및 재료산업의 신물질 개발 분야로 확대·발전하는 추세”라며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과 융·복합을 이뤄 신물질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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