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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바둑의 세계 ‘알파고’도 속겠네

‘인간 알파고’가 훈수 두면 특수장비로 듣고 판돈 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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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국(對局)’은 상금 100만 달러를 건 이벤트로 성사됐다. 이런 고수가 아닌 아마추어 바둑인의 대결은 동네 기원에서 ‘내기바둑’ 형태로 벌어진다. 만만히 볼 건 아니다. ‘호구(虎口)’가 전 재산을 날리기도,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사기도박’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수 싸움은 바둑판에 앉기 전부터 벌어진다. 흔히 자신의 기력(棋力)을 낮게 알려주고 상대가 방심하게 만든다. 2007년 9월 장모(75)씨는 경기도 용인의 상가에서 내기바둑판을 짰다. 내기바둑을 좋아한다고 소문난 A씨를 끌어들였다. 장씨는 A씨의 상대로 백모(63)씨를 내세웠다. 기원에서 아마 1급으로 통하던 백씨는 A씨보다 실력이 월등했다.

장씨는 둘의 실력차를 알면서도 “서로 비슷하니 ‘호선’으로 두자”고 룰을 정했다. 바둑은 통상 하수가 미리 돌을 두게 한다. 핸디캡을 주는 셈이다. 몇 개나 돌을 줄지는 실력차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정하는 것을 ‘치수조정’이라 부른다. 호선은 실력이 비슷한 두 사람이 치수조정 없이 두는 바둑을 말한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내기바둑을 둬 3년간 총 2억4000만원을 잃었다. 검찰은 판을 만든 장씨 등 2명과 ‘선수’로 뛴 2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기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마추어의 바둑 실력은 객관적 기준이 없어 등급화하기 어렵고, 내기바둑에서 치수조정은 서로 승산을 높이려는 당사자들의 ‘흥정’ 결과여서 사기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바둑에서 지면 밤을 새워서라도 두려는 A씨의 지나친 승부욕에 손실이 커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첨단 장비가 동원되기도 한다. 대전에서 기원을 하는 임모(51)씨는 2011년 9월 B씨와 내기바둑을 뒀다. 임씨는 소형카메라가 달린 모자를 쓰고 특수수신기를 귀에 착용했다. 옆방엔 ‘인간 알파고’가 전송된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바둑강사 조모(54)씨는 화면을 보고 어디에 돌을 둬야 할지 일러줬다. 박모(54)씨는 임씨에게 받은 훈수를 무전기로 전달했다. 임씨 등은 판돈 300만원을 땄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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