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44) 인간의 욕망에 신의 한 수를 놓다 기사의 사진
이세돌·알파고 대국 생방송 장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 맞대결에서 176수 만에 불계패했다. 인간과 기계가 벌이는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이 9단이 3연패를 한 것이다. 4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양 문화의 정수 바둑이 21세기 슈퍼 ‘인공지능’에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는 표현은 대중의 허탈한 심리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이 9단은 심한 압박감을 패인으로 꼽으면서 “이세돌이 패한 것일 뿐이다. 인간이 패한 건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제3국을 관전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도 할 말을 잃었다면서 알파고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초당 수만개의 경우의 수를 연산하는데 접전을 벌인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국은 ‘인간과 기계가 벌이는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 개발의 한계’ 등 시작 전부터 앞다퉈 논평을 쏟아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인간이 만든 영역’이라고 일축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 9단의 3연패 결과에 연일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알파고를 ‘똑똑한 하인’에 비유했다. AI는 인간에게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편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국은 인간에 대한 AI의 승리가 아니다. 알파고 역시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불과하고 인간의 제어를 받는 기계다. 그래서 이번 대국은 승패를 떠나 인간의 승리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AI가 인간을 온전히 대신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기계일지라도 인간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 같은 인공지능의 진화는 향후 우리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개발의 범위와 활용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다. 알파고는 인간의 욕망에 신의 한수를 놓았다.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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