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1부 ④] ‘현대판 고려장’ ‘생명 경시’ 우려 기사의 사진
1부: 호스피스, 나를 위한 선택

④ 암 아닌 말기환자는 어떻게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세 질환은 병의 진행과 말기·임종기 상황이 암과 확연히 다르다. 기대여명 예측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호스피스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적용하려면 언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쟁이 뜨겁다.

암은 항암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진단 이후 평균 생존기간이 6개월 이내로 매우 짧다. 반면 만성간경화나 COPD는 수개월 혹은 수년간 극심하게 아프다가도 극적으로 호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말기 판정 이후 생존기간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세 질환의 호스피스 기준과 절차, 서비스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오남용을 초래하고 ‘현대판 고려장’ 등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사망자 통계를 토대로 연간 호스피스 대상자가 만성간경화는 2315명, COPD 5014명, 에이즈 121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만성간경화는 간 장애 C등급(차일드 푸 C) 환자로 간이식이 불가능한 경우 말기라고 할 수 있다. 대한간학회 장재영(순천향대병원 교수) 홍보이사는 “이 단계면 배에 물이 차고 간성혼수로 의식을 잃거나 혈변을 보는 등 손이 많이 간다. 이런 증상에 대한 완화의료 조치로 편안히 임종토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D도 장애 1등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거동이 힘들고 호흡곤란을 느낄 경우 호스피스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환자는 전체 COPD의 10% 안팎이다.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지예 교수는 “말기 COPD는 암환자의 통증 이상으로 호흡곤란 공포와 고통이 심하다. 우울증, 불안 등에 대한 정서적·영적 지지와 돌봄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에이즈는 약물치료 내성과 여러 합병증(기회감염)이 생기고 거동을 못할 정도로 악화되면 말기로 본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용필 교수는 “하지만 실제 이런 환자는 전체 에이즈 환자의 5∼1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질환별로 ‘말기’를 어떻게 정의할지 전문가 사이에도 아직 일치된 의견이 없다는 점이다. 각 질환 전문가와 호스피스 전문가 사이의 시각차도 있다.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대상 환자 의뢰 기준과 절차, 질환별 돌봄체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세 질환의 호스피스 대상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세부 절차와 기준은 웰다잉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정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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