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54)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호흡근육 마비환자들에 생명의 숨 선물 기사의 사진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강성웅(사진 가운데)·최원아(왼쪽 두번째) 교수팀이 지난 10일 재활의학과 전공의들과 호흡재활 환자 전용병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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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데 물과 공기만큼 소중한 게 또 있을까. 그래도 사람들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불편한 게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호흡근육이 약해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 없는 호흡기 이상 환자는 다르다. 한줌의 공기라도 자신의 힘으로 들이쉬고 내쉬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로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 및 중증 척수손상으로 호흡근육이 마비된 환자들 얘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소장 강성웅·재활의학과 교수)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이나 중증 척수손상으로 호흡근육이 마비돼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호흡부전 환자를 돌보는 곳이다. 생명유지를 위해 기관을 절개했거나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환자도 이용할 수 있다.

호흡재활이란 호흡에 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며, 호흡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막고 숨을 원활하게 쉴 수 있도록 돕는 치료를 말한다. 근육병, 척수성 근위축증,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이나 폐쇄성 폐질환, 사고로 척수신경이 마비돼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가 대상이다.

신경근육질환 환자의 호흡장애는 근본적으로 흡기(吸氣)근육이 약해져 호흡량이 감소하거나 호기(呼氣)근육 약화로 기침능력이 줄어 발생한다. 따라서 호흡근육을 보조하는 기구나 재활기술을 이용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자의 기도를 절개하지 않고 인공호흡기를 이용하는 방법(비침습적 환기보조)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호흡재활 치료를 본격화한 것은 2000년부터다. 국내 최초였다. 근육병,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는 완치가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에 의료인조차 외면하던 때였다. 오늘날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가 우리나라 호흡재활 치료의 개척자이자 발상지로 평가받는 이유다.

“세계 최고의 치료 시스템으로 호흡곤란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명을 연장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가 내건 구호다.

“근육병 환자의 호흡근육 마비해소 치료가 잘 안 되는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불치병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더 큰 원인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강성웅(57)·최원아(40) 교수팀의 지적이다. 특히 최원아 교수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호흡마비 환자도 각자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 맞춤식 재활치료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는 대개 사지마비 상태다. 부축 없이 혼자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병원 방문이 어렵고 장기간 치료가 중단돼 심각한 합병증을 자초하기 일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이들과 수시로 상담, 필요하면 의료진이 집을 방문해 환자 상태를 살피며 지속적으로 치료가 이어지도록 돕는다.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는 장기간 투병과 잦은 합병증 발생으로 의료비 부담도 적지 않다. 반면 사회적 도움의 손길은 적다.

암, 심장병, 백혈병 같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질환은 많은 기부금이 쌓이고, 혜택을 보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정부가 희귀난치병 극복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데도 경제적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경제난으로 외부지원이 필요한 환자에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등 다방면으로 후원자를 연결해 합병증 예방 진료와 재활치료가 이어지도록 힘쓰고 있다.

어느 분야나 장기적으로 효과를 얻으려면 교육사업이 필수적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2010년부터 필립스와 손잡고 매년 해외의료진 2명을 국내로 불러 호흡마비 환자 재활치료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 강성웅 교수는
루게릭 등 신경근육질환 극복에 헌신… 치료경험 국내외 의사들에 전수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77년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1985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89∼1992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및 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이수했다. 1994년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서 교수로 진료하고 있다.

연세의대 재활의학교실 주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호흡재활센터 소장과 부원장을 겸직하며 교육자는 물론 병원행정가로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대한임상통증의학회, 대한재활의학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이사이자 한국근위축성측삭경화증협회 자문의, 대한노인재활의학회 이사장,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회장, 대한숨재활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강 교수는 1998년 7월부터 2000년 1월까지 미국 뉴저지주 치의대(UMDNJ)에서 재활의학기술을 집중 연구했다. UMDNJ는 당시 미국 최고 재활의학 교육병원인 캐슬러재활센터를 부속기관으로 거느린 대학이었다. 강 교수는 이 대학 존 박(John Bach) 교수와 공동으로 근육마비 환자가 말기에 겪는 호흡곤란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강 교수는 하지마비 환자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처럼 근육마비 환자도 호흡곤란이 오면 인공호흡보조치료로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때 터득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우리나라 근육병 환자는 대부분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으나 그곳에선 인공호흡보조치료 덕분에 40세 이상까지 사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강 교수는 이후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근위축증 등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 극복과 퇴치를 위해 헌신했다. 2002년부터 해마다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도 그간 축적한 근육병 및 호흡재활 치료 경험을 독식하지 않고 국내외 젊은 의사와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워크숍에서 강 교수의 호흡재활기술을 전수받아 국내외에서 진료에 적용하는 의료인도 연 100명씩 1300여명으로 늘었다.

강 교수의 진료철학은 ‘기본에 충실한 진료, 철저히 환자 중심의 진료’다. 지금까지 호흡재활 관련 연구논문 107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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