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중국 ‘태양의 후예’ 열풍 기사의 사진
서울도 그렇다지만 베이징도 ‘태양의 후예’로 난리다.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유력지 중 하나인 신경보는 지난 10일자에 두 면에 걸쳐 ‘태양’(중국에서는 ‘태후’ 대신 ‘태양’으로 줄여 쓴다)을 보도했다. 드라마광들은 주말이 아니라 태양이 방송되는 수요일과 목요일을 기다린다고 하고 인터넷에는 ‘송중기 여자 유혹 100가지 수법’이나 ‘송혜교와 함께하는 연애 공부’ 같은 글들이 넘쳐난다.

분위기로 봐서는 2년 전 ‘별에서 온 그대’의 열풍을 뛰어넘을 기세다. 당시 ‘별 그대’는 종영 후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통칭)가 열리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기자들이 취재원에게 던진 첫 질문은 으레 “별 그대 봤느냐”였다. 중국 서열 6위 왕치산도 언급했고, “중국에서는 왜 별 그대를 못 만드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컸었다.

태양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되는 첫 드라마다. 동시 방송을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필수다. 드라마가 완성돼 중국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의 조항에는 ‘중국 헌법에 위배되지 않을 것’ ‘중국 국가통일 주권 영토 보호에 유해하지 않을 것’ 등 다양한 항목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태양 첫 장면으로 등장했던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 중국판에는 없다. 지난 1월부터는 드라마에 담겨서는 안 되는 내용을 총망라한 ‘드라마 내용 통칙’이 정해져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외교부의 고위 관료가 한국 특파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관료는 “우리가 한국 드라마 보듯 한국 친구들도 중국 드라마 보기를 희망한다”면서 중국 최고 스타 판빙빙이 주연한 ‘무미랑전기’를 추천했다.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때라 도전해 봤지만 80부가 넘는 드라마의 ‘완주’에는 결국 실패했다. 개인 취향일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다.

중국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많다. 이들은 드라마가 좋은 교재이고, 한국 드라마는 재미있다고 말한다. 중국 방송에 많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지만 주류는 춘추전국시대에서 청조시대까지 역사극이고 항일전쟁 시기를 다룬 시대극이다. 중국 젊은 친구들도 쉽게 빠져들지 못한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국인과 중국어를 공부하는 한국인 사이에는 이런 불공평이 존재한다.

지난해 ‘왜 중국은 별 그대를 못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에 국민 여배우 쑹단단(宋丹丹)은 이렇게 말했다. “각종 이유로 우리 스스로의 날개와 상상력이 모두 끊어져 버렸다.” 모든 예술의 기본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꺾어버린 ‘각종 이유’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검열과 통제였을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이렇게 꽃을 피우고 있는 것도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사전 검열이 사라진 뒤부터였다.

양회 시작 전 신화통신은 ‘서방이 버려야 할 중국에 대한 잘못된 10대 편견’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중 여덟 번째는 ‘중국은 인터넷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의 논리는 이렇다. “중국은 6억명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있고 이들이 바이두니 알리바바니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키웠다. 그 인터넷 세상에서 중국인들은 다양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덧붙인 것은 “다만 중국 법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였다. 이것 때문에 인터넷이든 언론이든 드라마든 통제와 검열은 당연시 된다.

오랜 기간 중국에서만 머물다 지난 1월 대선 취재를 위해 대만을 찾았을 때 그 자유의 공기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왔을 때 답답한 통제의 공기는 그것과 선명하게 대비됐다. 그 차이는 몸과 직감으로 느껴졌다. 상상력은 그렇게 모르는 사이에 잠식된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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