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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작곡·회화에 연기까지… 예술판도 포석 중

예술계로 진출한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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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경매에 나온 구글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 중 하나. 오른쪽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 로봇 ‘제미노이드F’(사진 왼쪽)가 출연한 2010년 일본 연극 ‘사요나라’의 한 장면.구글, 일본 아이치현 트리엔날레(ⓒNambu Tatsuo) 제공
인공지능은 인간의 가장 창의적인 영역이라는 예술도 대체할 수 있을까. 컴퓨터가 연산능력에서는 인간을 앞설 수 있겠지만 예술가의 상상력과 천재성은 따라갈 수 없다고 믿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미 예술 분야에도 진출한 상태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예술품의 저작권을 논의하는 시기가 왔다=지난 2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갤러리에서 ‘딥 드림(Deep dream)’이란 타이틀을 걸고 인공지능으로 그린 그림 경매를 열었다.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채워진 그림들은 구글 엔지니어들과 화가들이 네트워크를 학습시켜 만든 이미지 합성 알고리듬 ‘인셉셔니즘(Inceptionism)’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날 선보인 29점은 최고가 9000달러에 팔리는 등 모두 9만70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경매는 예술가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의 예술은 구상화든 추상화든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앞으론 인공지능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의 작품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에 의한 예술 창작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노래를 작곡하거나 소설을 쓰는 컴퓨터도 등장했다. 미국 UC 산타크루즈 대학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에밀리 하월’이 작곡한 곡들은 2010년부터 애플이나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다. 또 컴퓨터 게임에 사용되는 음악 중 상당수는 인공지능으로 제작됐다. 실제로 에밀리 하월의 곡에 대한 실험 결과 컴퓨터가 만든 곡이라는 점을 대부분 알아채지 못했다. 이로 인해 컴퓨터 작곡가가 ‘21세기의 모차르트’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해외에선 인공지능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 논의도 시작됐다. 전통적인 저작권법에서는 기계에 의한 것은 저작권을 가질 수 없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영국의 경우 1998년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의한 예술 저작권을 인정했다.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 퍼포머들도 등장=5월 16∼20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는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와 이탈리아 출신 유명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연주 대결을 벌인다. 2011년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테오 트로니코는 53개의 손가락을 가졌으며 다양한 장르의 명곡을 1000곡 이상 칠 줄 안다.

로봇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테오 트로니코가 처음이 아니다. 로봇은 벌써 기타, 트럼펫,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학이 2013년 로봇으로만 이뤄진 록밴드 ‘Z-Machines'를 발표하는 등 해외에서는 모든 멤버를 로봇으로 구성한 밴드가 여럿 나왔다.

심지어 로봇은 오페라와 연극, 영화에 배우로 출연 중이다.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코미쉐 오퍼에서는 ‘미온’으로 불리는 로봇이 출연한 창작오페라 ‘마이 스퀘어 레이디’가 올려졌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사요나라’에선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로봇 ‘제미노이드 F’가 주역을 맡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로봇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인간이 분장한 것이었지만 ‘사요나라’에선 실제 로봇이 세계 최초로 출연했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로봇 여배우 제미노이드 F는 원격 조정을 통해 미소를 짓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표정 연기를 하는가 하면 대사도 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곳에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소녀 타냐와 그녀를 간호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레오나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일본의 유명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와 로봇 과학자 이시구로 히로시가 만든 동명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영화 사요나라를 만든 후카다 고지 감독은 “일반 배우와 작업하는 것보다 제미노이드 F와 작업하는 게 더 쉬웠다. 밥을 먹거나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미노이드 F는 히라타와 이시구로가 2008년부터 꾸준히 내놓고 있는 로봇 연극 시리즈에서 주역을 여러 차례 맡았다. 로봇 연극 시리즈는 인간과 로봇을 구분 짓는 경계와 로봇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에 대해 얘기한다. 특히 사요나라에서 인간들이 살기 위해 오염된 땅을 앞 다퉈 떠난 뒤에도 레오나만 타냐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것처럼, 여러 작품에서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그려져 관객들을 당혹하게 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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