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공병호] 알파고에서 배워야 할 것들 기사의 사진
“알파고가 이렇게 바둑을 둘 줄 몰랐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첫 대국에서 패배한 뒤 이세돌 9단의 소감이다. 이번 대결의 결과는 일회성 관심거리가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기술 변화가 성큼 다가왔음을 말해준다.

기술성장사에서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했던 기술들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 전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은 꾸준히 발전하다가 특정 시점을 중심으로 변곡점을 통과하면서 급격하게 치솟는 지수적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 구조는 꾸준히 증가하는 곡선에는 익숙하지만 급속히 치솟는 성장곡선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기술 발전의 파급효과를 직접 목격하기 전까지는 “과연 그런 일이 가능이나 할까”라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익숙하다.

2014년, 미국 MIT대 교수인 엘릭 브린욜프슨은 ‘제2의 기계시대’라는 책에서 향후 10년을 전망한 바 있다. “다음 10년 안에 우리는 경이로운 기술의 물결이 밀려드는 광경을 목격하는 행운을 누릴 것이다. 그 물결은 우리의 경제 제도와 경제적 관점을 바꾸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세돌이 패배하던 날 문제의 실상을 정확히 짚은 한 젊은이의 고민을 만날 수 있었다. “저는 문과 출신의 대기업 사원인데 이번 대국을 보면서 내 일자리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길고 긴 인생에서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계 문제를 떠올렸습니다.”

대규모의 통계자료, 정교한 알고리즘에 의한 프로그램, 경험 축적과 알고리즘의 학습이 계속해서 이루어진다면 지금 지식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분야들이 속속 기계들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식투자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기초한 투자 방식은 의료, 법률, 보안,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뻗쳐갈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에 관한 한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는 일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이미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누리는 편익의 이면에서 많은 수의 일자리들이 모바일 속으로 속속 접수되고 있다. 거리의 거래들이 모바일 거래들로 대체되면서 부(富)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가. 오늘날 대규모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자동보안 시스템에 의한 경비원들 대체 문제도 기술성장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알파고의 등장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오랫동안 든든한 반석 역할을 해 왔던 것들이 기술 발전으로 인해 허물어지는 것을 계속 목격할 것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술 발전이 옳은가 틀린가에 대한 이야기를 갖고 갑론을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세상의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목나무처럼 딱딱하지 말고 갈대처럼 유연해야 한다”는 탈무드의 격언이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면 그것에 맞추어서 스스로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자꾸 과거에만 머물 생각을 접고 고집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든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자꾸 바꾸어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모든 부분의 유연화를 향한 구조조정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면 승리하는 쪽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거부하고 과거에 머물기를 고집한다면 결국 바깥의 압력이 우리를 강제로 바꾸도록 요구할 것이다. 나는 알파고의 등장에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화를 향한 전진’을 떠올렸다.

□ 공 소장이 여의도포럼 새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미 라이스대학 경제학박사, 자유기업원 초대 원장 역임.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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