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팔린 한국기업 사상최다… 게임산업은 뿌리째 흔들 기사의 사진
지난해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자본의 한국시장 잠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M&A 대상 한국기업도 과거 제조업에서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산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14일 발표한 ‘중국 M&A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 건수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33건, 거래 규모는 128% 증가한 19.3억 달러였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M&A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64건) 중 2014년과 2015년 성사된 것만 약 70%(44건)를 차지한다. 올해도 중국기업의 활발한 M&A 시도로 2월까지 제안된 5건 중 2건은 이미 성사됐다.

과거 중국기업은 한국 제조업 분야를 인수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2006∼2014년 발생한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전체 M&A 31건 중 반도체, 컴퓨터 등 제조업 분야가 16건(52%)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체 33건 중 73%에 달하는 24건이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이었다.

이 같은 서비스업 집중 현상은 중국 정부의 내수·문화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춘 중국기업들이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중국기업은 문화적 정서가 중국과 비슷하지만, 기술력이 높고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기업을 좋은 인수 대상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문화콘텐츠 기업은 각종 규제와 좁은 내수시장 탓에 중국기업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제한 규제로 국내 기업 간 M&A를 통한 성장의지가 낮고, 영세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로 중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게임산업은 2011년 셧다운제, 웹보드 게임 규제 도입 등의 영향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나서는 과정에서 중국 자본에 상당 부분 잠식됐다. 보고서는 “중국기업의 M&A 범위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과거 한국 주력 제조업에서 경험한 기술 유출과 경쟁력 상실이 서비스업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게임 업계는 중국자본 잠식이 심각하며, 향후 다수의 영화·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많다.

이은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과거 제조업에서 경험한 중국 M&A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하고 상호 발전 가능한 M&A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며 “한국 본사 기업의 지분 직접 매각 방식보다 중국 내 조인트벤처 설립이나 대주주 지위는 중국이 갖되, 경영권은 한국 측이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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