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해진 이한구 칼, ‘배신의 정치’ 유승민 쳐내기 사전작업

與 공관위, 개혁공천 역설… 대구 현역 4명 컷오프 파장

예리해진 이한구 칼, ‘배신의 정치’ 유승민 쳐내기 사전작업 기사의 사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대구지역 공천 결과 발표 소식을 접한 뒤 서울역에서 대구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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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대구 현역 의원 4명을 컷오프(공천 배제)시키면서 유승민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민감 지역 공천만 남은 상황에서 돌연 ‘개혁 공천’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텃밭에 칼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공천 ‘클라이맥스’에서 칼자루를 크게 휘두르며, 사실상 유 의원 컷오프를 위한 포석을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14일 오후 대구 현역인 친박(친박근혜)계 3선 중진 서상기(북을) 의원과 비주류 주호영(수성을) 의원, 초선인 홍지만(달서갑) 권은희(북갑) 의원을 컷오프했다. 서 의원과 주 의원 지역구는 각각 청년·장애인 우선추천지역,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결정됐다. 권 의원 지역구에서는 이명규·정태옥·하춘수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르게 됐다. 하 예비후보는 지난 1월 대구 진박 6인 회동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홍 의원 지역구에서는 곽대훈·박영석·송종호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됐다. 주성영 전 의원도 북을 경선에서 배제됐다.

이날 공천 발표로 텃밭에서 중진 탈락과 물갈이 공천이 동시에 이뤄진 셈이지만 관심은 유 의원의 공천 여부에 쏠렸다. 여권에선 이번 발표가 사실상 유 의원을 쳐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이 위원장은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모습과 비교해 우리가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저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내일 중요한 결정을 과감하게 내려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며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새누리당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17명이다. ‘인물 교체’만 놓고 보면 개혁성에서 야당에 비해 미흡하다는 게 이 위원장 생각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현역 프리미엄’만 고스란히 반영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정을 통해 ‘개혁 공천’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남은 지역구의 ‘성격’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다르다. 현재 서울 10곳, 경기도 5곳, 대구 7곳 등이 경선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중 서울은 8곳, 대구는 모두 자당 의원 지역구로 사실상 여권 초강세 지역이다. 더구나 이 위원장은 텃밭 물갈이 시동도 걸었다.

공교롭게도 남은 지역 의원들은 유 의원이나 유 의원과 가깝게 지낸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김희국(대구 중·남구) 이종훈(경기 성남 분당갑) 민현주(인천 연수을)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김학용(경기 안성) 김성태(서울 강서을) 의원 등도 포함돼 있다.

이 위원장은 이들 지역구를 상대로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은 있겠지만 못 넘어서면 개혁 공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언급한 셈이다.

당장 여권 내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표적이 됐던 인물들을 대놓고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핵심 인사는 “박 대통령이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도 대구 방문을 단행한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며 “사실상 최후 교시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시선은 공관위가 ‘유승민계’를 얼마나 쳐낼 것인가, 김 대표가 이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렸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의 공천 결정을 최대한 미뤄 발목을 잡은 상태에서 이 위원장이 칼자루를 휘두를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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