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해야 기사의 사진
최근 아파트 집단대출을 둘러싼 논란이 시끄럽다. 2014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 이후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놀란 금융 당국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은행에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도록 요구하면서 종래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뤄지던 집단대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한주택협회는 대출심사 강화로 5조2000억원가량의 대출에 애로가 생겨 상당수 건설사가 어려움에 처했고 금리 상승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어려움은 이해되지만 규제로 인해 집단대출에 제동이 걸렸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담론에 편승, 집단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혐의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대목은 없으며, 작년부터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잡단대출에 대한 위험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취한 조치임은 명백하다. 작년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401조원 중 무려 110조원이 집단대출이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36조원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9조원가량이 집단대출 증가에 기인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은행의 태도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집단대출 심사 강화가 규제로 인한 것인지를 다투는 일은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장에 대출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부실 발생 소지가 상당 부분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집단대출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공사의 보증과 공사 중인 아파트의 담보가치에만 의존해 대출이 이뤄지고 원리금 상환 의무를 지는 입주 예정자의 상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소위 ‘깜깜이 대출’이라는 데 있다. 집단대출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상환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부채를 조달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던 하우스푸어 양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는 차주의 상환 능력 심사 없이 담보에만 의존하는 대출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구축해 왔다. 그 덕분에 담보 주택의 가치에만 의존하던 잘못된 종래 관행을 불식하고 차주의 상환 능력을 엄밀하게 따져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선진적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신규 아파트에 대한 대출에는 여전히 과거 잘못된 관행이 답습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관철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주택시장과 업계의 현실을 수용한다는 현실론 외에 별다른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업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그리고 저성장 기조 고착화로 인해 종전과 같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상환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차입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위험한 행태를 조장하는 구조는 고쳐져야 할 것이다.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입주 예정자의 상환 능력을 엄격히 심사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한 금융회사의 자발적 노력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 규제를 도입해서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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