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양수 <10> 칙칙한 맹학교에 밀알관 신축 이어 환경개선

밀알관엔 음악 교육 공간까지 마련… 증개축도 순탄하게 완공 랜드마크로

[역경의 열매] 김양수 <10> 칙칙한 맹학교에 밀알관 신축 이어 환경개선 기사의 사진
2004년 한빛맹학교의 밀알관 공사 현장. 건평 4958㎡ 규모로 50여억원이 투입됐다. 작은 사진은 완공된 밀알관 모습.
이전 한빛맹학교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칙칙했다. 4층 건물 위에 가건물이 있었는데 원래 건물도, 가건물도 디자인이라고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눈이 잘 보이는 직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학생들이 시각장애로 볼 수 없다고 해서 학교의 외형과 분위기가 아무래도 좋은 것은 아니었다.

교장인 나는 전국 최고의 특수학교를 목표로 건물을 고치기로 했다. 허가도 허가지만 건축비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절실했다. 나는 교육청과 교육부를 찾아가 도와 달라며 호소했지만 모두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찾아가고 또 찾아갔다. 그렇게 해서 2004년 특수학교 환경개선사업 차원으로 한빛맹학교 건물이 새로 지어졌다.

신축 건물은 건평 4958㎡(약 1500평) 규모로 50여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에 연주도 할 수 있는 음악 전문 교육공간을 마련했다. 한빛맹학교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이 건물을 ‘밀알관’이라 불렀다.

증개축도 추진했다. 연이어 큰 공사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인허가부터 모든 게 순탄하게 풀렸다. 총 공사비 150억원이 들어간 두 건물은 현재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나는 시각장애인이라서 건축을 대충 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설계 단계부터 꼼꼼하게 챙겼다. 설계도면의 선 위에 끈을 올려놔 달라고 해서 이를 손으로 만져 설계도면을 머릿속에 넣었다. 공사 때는 현장에 가서 손으로 벽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계도면과 비교했다. 설명을 듣고 잘 모르겠다 싶으면 이해될 때까지 질문했다. 나는 이런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내 안에 집요하다 싶을 정도의 집념이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2008년 8월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을 건립할 때도 최선을 다했다. 이 시설은 시각장애인 외에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도 생활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장소가 필요했고 후보지를 고르기 위해 2년간 500여곳을 찾아다녔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양지바른 큰 길 가에 세웠다. 바로 ‘효정비전타운’이다.

건축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3년간 이런저런 건물을 건축한 것은 주변의 많은 분들이 함께 수고해줬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전적인 도움이 있었다. 이들 건물은 나와 시각장애인들을 격려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선물이자 하나님이 함께하고 계시다는 증거였다.

한빛맹학교 학교기업인 ‘한빛힐링센터’ 이야기도 하고 싶다. 전국시각장애학교장협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독점이 위헌 시비에 걸렸다. 만약 위헌으로 결정되면 시각장애인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안마 직업교육을 시키는 맹학교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했다.

맹학교 교장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대책의 하나로 맹학교에 학교기업을 만들기로 했다. 재학생에게 직업교육을 하고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도 줄 수 있는 대책이었다. 이 일을 회장인 내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의 일환으로 특수학교 학교기업이 생겼다. 한빛힐링센터는 이때 특수학교 학교기업 1기로 선정됐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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