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두산·GS·LS그룹 들여다보니 형제→4촌→8촌… 오너일가 집단경영, 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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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회장 자리가 조만간 3세인 박용만 회장에서 4세인 박정원 ㈜두산 회장으로 공식 이양된다. 두산그룹이 형제경영 시대를 마감하고 사촌경영 시대로 진입한다는 의미다. 사촌경영은 두산그룹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과 LS그룹은 사촌경영이 정착된 지 10년이 넘었고, 서서히 팔촌경영도 준비되고 있는 단계다. 사촌경영이나 팔촌경영 모두 오너 일가들의 집단지도체제다. 지분을 조금씩 나눠가진 오너 일가들의 합의 아래 그룹이 경영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집단지도체제가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재벌가의 독특한 현상인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인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집단 지도체제=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세는 가문의 장자인 박정원 회장을 필두로 9명 정도다. 9명이 각각 주력 계열사에 나눠 포진해 있다. 박정원 회장의 친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용성 전 회장의 두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 사장과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세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과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두산 전무와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이 있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3세 10여명이 주력 계열사와 방계 회사에 포진해 있다. 4세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허윤홍 GS건설 전무가 경영진에 이름을 올렸다. 60대인 3세들의 시대가 저물면 경영에 참여하는 4세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LS그룹은 구자열 회장 등 2세들이 주력 계열사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구본규 LS산전 전무,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전무 등 4명의 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역시 시간이 흐르면 경영에 참여하는 3세들은 확대될 것이다.

◇독특한 지분구조=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은 오너가 그룹 지주회사나 핵심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한 뒤 이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GS 두산 LS그룹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대주주가 없다. 수십명의 일가 구성원들이 지분을 쪼개 가지고 있는 형태다.

GS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GS의 지분 46.38%를 허씨 일가 50여명이 나눠가지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가장 많은 4.75%를 보유하고 있고,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2.11%,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2.70%,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2.40%,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 2.5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세들의 경우 허준홍 GS칼텍스 전무가 1.67%,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이 1.43%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의 지분은 오너가 3, 4세 13명이 나눠가지고 있다. 3세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1.36%, 박용성 전 회장이 2.98%, 박용현 이사장이 2.95%, 박용만 회장이 3.6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4세 중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6.29%로 가장 많고, 박지원 부회장 4.19%, 박진원 사장 3.57%, 박서원 전무 1.92% 등이다.

LS그룹은 LG그룹에서 나온 구태회 명예회장, 고 구평회 명예회장,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구씨 3형제가 힘을 합쳐 세운 그룹이다. 3명의 형제 일가들이 각각 4대4대2의 지분구조를 가진다. 현재 지주회사인 ㈜LS는 세 가문 구성원 40여명이 지분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만, 큰 틀에서 4대4대2의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합의 하에 결정=지배적인 오너가 없으니,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GS, 두산, LS그룹 등은 모두 공식·비공식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중대사를 결정한다. 그룹 회장 직도 일가들의 합의로 승계되거나 이양된다. 두산그룹은 3세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까지 형제들이 나란히 회장 직을 수행했다. 4세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이 회장 직을 승계할 경우 어느 순간 다른 사촌들도 회장 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GS그룹은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허창수 회장이 10년 이상 회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이 사촌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물려줬다. LS그룹은 구자홍 회장이 회장 직을 10년간 맡다가 지난 2012년 사촌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회장 직을 넘겼다. 사촌간 회장직 이양이었다. LS 일가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사촌 8명이 참여하는 ‘8인회’인데, 2014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이 별세하면서 자연스럽게 ‘7인회’가 됐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최소한의 검증절차는 필요=오너 집단지도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7일 “객관적인 조건상 3, 4세 경영 기업이 앞으로 계속 지속되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기관투자자들의 소유권 비중이 강화되면서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소유하는 지분 비중은 점점 희석되고 지배구조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오너와 경영자가 분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족 간 합의가 장시간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도 하기 힘들다. GS그룹이나 LS그룹은 문제가 없었지만, 두산그룹은 이미 ‘형제의 난’을 겪은 바 있다. 몇몇 그룹들은 일가 구성원들이 별도의 회사를 차려 ‘분가’하는 징조도 나타나고 있다. 가족 경영이 인정받는 유럽 기업들의 경우 엄격한 자체 심사가 필수적이다.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결합한 독일 프리미엄 가전업체인 밀레는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 지난해 방한했던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은 그 비결을 “두 가문의 후손이라고 자동적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지는 못한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대에 걸쳐 세습경영을 해온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도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하는 등 검증과정이 엄격하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족경영은 검증이 되지 않은, 너무 어린 나이들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게 문제”라며 “최소한의 검증장치는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족경영 형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배주주의 지분 보유와 경영 참여를 분리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최예슬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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