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김태호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17일 오전 김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취소 통보에 반발, 국회 원유철 원내대표실에 모였다. 모임은 김 대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대표가 되고 최고위가 구성된 후 한 번도 정례회의가 취소된 적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어제 자기가 정회를 선포하고 왜 오늘 회의를 취소했는지, 별다른 이유 없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김 대표가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으로 8개 지역구 공천에 대해 ‘보류’를 발표하고, 이날 예정된 정례회의까지 열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공천 훼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인사들도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전날 공천 결과를 따로 만나 설명해줄 당시 문제를 삼지 않았던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 원칙에 어긋난다며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공관위 결정을 반박한 것에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공관위가 ‘알파고’도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선 시각이 따라 조금씩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며 “(공관위가) 나름대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닌가”라며 이 위원장을 옹호했다.
한 공관위원은 김 대표가 이의 제기한 공천 탈락 의원 사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임태희 전 의원은 이명박정권 시절 ‘친박 학살’의 주범이며 당에 항의 연판장도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종훈 의원에 대해선 “여론조사가 뒤지고 ‘유승민 사태’ 시절 원내대변인이었으며, 환경노동위 시절 야당 의원 쪽에 많이 서는 특이행동으로 굉장히 찍힌 상태”라고 했다. 조해진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법 파동 당시 운영위 간사로 국회법 수정안을 앞장서서 제출한 죄가 크다”고 했다.
친박계 내부에선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공천 결과를 부인함으로써 당의 화합을 깨뜨리고 공천 신뢰도를 떨어뜨린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 의원은 “여당 대표는 직접 전국을 돌며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데 본인이 직접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한 후보들의 지원유세에 과연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김 대표의 공천 반박 기자회견으로 청와대도 격앙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살생부 파문’으로 이미 김 대표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에서 김 대표가 공관위 결정의 공정성까지 문제 삼자 청와대와 여권 주류 측은 ‘김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고 결론내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윤상현 의원 막말 파문’에 대한 김 대표의 처리 방식이 여권 주류의 분노를 키웠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나서서 김 대표에게 “후배의 취중 실언을 김 대표가 통 크게 용서해 달라”고 수차례 촉구했지만 김 대표가 이를 외면한 채 오히려 친박계 공격 카드로 이용했다는 얘기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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