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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이길까

“집권세력은 여당의 총선 승리 절실할 테지만, 친박의 패권공천으로 민심 동요 커”

[김진홍 칼럼]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이길까 기사의 사진
4·13 총선에 대비한 새누리당 공천 과정은 ‘공천 학살’ ‘싹쓸이 공천’ ‘패권 공천’ ‘보복 공천’으로 비유된다. 입에 담기 거북한 말들이다. 하지만 부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공천권을 장악한 친박이 휘두른 칼은 매서웠다. ‘배신의 정치’ 아이콘이 돼버린 유승민 의원과 친했던 의원들, 이명박 정권에서 일했던 인사 등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은 이들이 줄줄이 배제됐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가 붙었지만 설득력은 약했다. 반면 박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진박·친박 인사들은 대거 공천됐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거의 공천 받았으나, 여당 공천자 과반이 친박으로 채워졌다.

친박이 대통령 눈 밖에 난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킨 건 ‘박심(박근혜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유 의원을 원내대표직에서 찍어낸 뒤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말을 수차례 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공천 결과에는 대통령 발언이 충실히 반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공정한 공천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서 그 실체로 박 대통령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이유다. 청와대는 지나친 해석이라면서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공개 회동설 등으로 인해 박 대통령 의중에 따른 공천이라는 견해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총괄 기획자는 박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의 지방 방문을 둘러싼 논란마저 벌어지면서 이래저래 이번 총선은 ‘박근혜 선거’가 될 공산이 커졌다. 박 대통령과 친박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정면 돌파로 선거 전략을 수정했을 개연성이 엿보인다. 얼마 전까지는 ‘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을 들고 나올 태세였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체제’에서 ‘김종인 체제’로 바뀌면서 야당 심판론이 다소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박근혜 선거’ 프레임으로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넘을 수 있다는 손익계산서가 벌써 나왔을 것 같다. 영남권의 지지층이 야당을 찍을 리 만무하고, 야권 분열에 이어 여당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로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이어서 유권자들에게 ‘박근혜를 선택할 것이냐, 아니냐’고 답을 요구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는 얘기다. 집권 후반기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총선 승리는 필수적이다.

총선 후에는 여당을 휘어잡으려 할 것이다. 여당 내에서 친박은 비주류 신세다. 대표는 물론 원내대표, 국회의장 선거에서 내리 비박에게 졌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주류로 올라설 기반을 마련했다. 레임덕을 차단하고, 대통령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당대표와 국회의장 자리를 꿰차려 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계획대로 이뤄질까. 무엇보다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대통령과 친박의 언행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 폐해로 패권주의와 줄세우기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에서 패권주의와 줄세우기에 앞장서는 세력은 바로 친박이다. 또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으나 여당 공천 결과를 보면 대통령 뜻을 거스르지 않는 이들이 중시됐다. ‘진실한 사람’이 ‘예스맨’일 수는 없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3권 분립 취지와도 어긋난다. 대통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집권세력은 걸핏하면 “대한민국은 도약이냐 정체냐의 기로에 서 있다” “경제와 안보 모두 위기국면”이라면서도 그들만의 권력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10여년 지속된 여당의 선거불패 기록이 20대 총선에서도 유지될지 관심이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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