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1부 ⑤] 병상 줄여 수익 포기… 환자들은 쾌적한 마침표 기사의 사진
1부 : 호스피스, 나를 위한 선택
⑤ 공공형 호스피스 확산돼야


“헌신적으로 어머니를 돌보시는 모습에 정말 감명 받았습니다.” “아버지를 정성스레 간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여러 장의 편지가 붙어있다. 이곳을 거친 말기 암 환자 가족이 남긴 고마움의 표시다. 4개 병실(3인실)에는 방 번호 대신 ‘물망초’ ‘은방울’ ‘로즈마리’ ‘자스민’이라는 꽃 이름이 붙어있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만난 김연미 사회복지사는 “‘○○○호 환자’라고 하지 않고 ‘물망초의 누구’ 식으로 부른다. 환자가 아닌 인격체로 대하기 위함”이라고 귀띔했다.

병실과 복도에는 조용하게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무거움이나 엄숙함보다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환자와 가족들 얼굴에 두려움이나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스민’에 입원한 배모(80)씨는 지난해 4월 국립암센터에서 신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1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지난달 23일 집과 가까운 파주병원으로 왔다. 병실을 찾아오는 친구들은 배씨에게 큰 위로다. 국립암센터에 입원했을 땐 병문안이 흔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가까운 곳에 호스피스병동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다. 아내 곽모(70)씨는 “암센터에 있을 때보다 병실이 넓고 환자가 적어 간병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파주병원에 호스피스병동이 들어선 건 2012년 11월이다. 병상 30개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에 12개만 놓았다. 환자들은 답답한 병실 대신 쾌적한 공간에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다. 대신 병원은 줄어든 병상만큼 ‘수익’을 포기해야 했다. 실제 파주병원은 호스피스병동에 매년 2억원가량 적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수익 대신 사회적책임을 선택했다. 김현승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주민의 마지막을 보살피기 위해 호스피스병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정 부분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사회적책임을 다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간병원은 수익이 적은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기 힘들다. 공공의료기관부터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년5개월 동안 450여명이 호스피스병동에서 존엄한 죽음을 맞았다. 대부분 지역주민이었다. 병원에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20일간 입원비를 면제해주고 있다.

다만 파주병원처럼 호스피스병상을 갖춘 공공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7개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 등을 포함해 31곳(523병상)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212개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6만1650개)의 0.85%에 불과하다.

국립암센터 장윤정 호스피스완화의료과장은 “독거노인, 가족 없는 환자 등 저소득층은 일반병원의 호스피스를 이용하기가 힘들다. 특히 지난해 7월 호스피스 건강보험 적용 이후 지역에서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 지방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의 ‘유휴 병상’을 호스피스로 적극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군산의료원과 원주의료원, 서울적십자병원 등이 호스피스병동을 추가로 준비 중이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호스피스 취약지역에 사는 말기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료원의 호스피스병상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파주=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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