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55) 세브란스병원 골연장·변형교정클리닉] 최근 5년 동안 국내 최다 3000여건 수술 기사의 사진
연세의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정형외과 골연장 및 변형교정클리닉 이동훈 교수(사진 오른쪽 끝)팀. 이 교수는 “단 하나의 합병증과 후유증도 없는 100% 환자안전을 최우선 진료기준으로 삼아 저신장증 골연장 및 휜 다리 변형교정 수술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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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 ‘골연장’ 또는 ‘변형교정’이란 의학용어는 아주 낯설게 다가온다. 쉽게 말해 뼈의 길이와 모양을 바꾸는 치료다. 용어는 생소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의외로 많다.

선·후천적 원인으로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다리가 휜 경우가 그렇다. 사고나 질병으로 뼈의 일부분이 없어진 경우에도 골연장술이 필요하다. 연골 무형성증, 터너증후군 등 저신장증을 유발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환자의 팔다리도 골연장 수술로 길이를 연장한다. 그러나 뼈의 길이나 모양을 바꾸는 치료이기 때문에 뼈가 붙지 않는 골불유합, 신경마비, 관절이 굳거나 뼈가 휘는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쉬워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이동훈 교수팀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골연장 및 변형교정 전문가그룹이다. 2011∼2015년 동안 연평균 500여 건씩 3000건 이상의 골연장 및 변형교정과 관련된 수술이 이 교수팀에 의해 이뤄졌다. 국내 최다 수술 실적이다.

이 교수팀은 특히 난치성 희귀병으로 비정상적으로 짧은 팔·다리 길이를 늘이는 사지 연장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희망으로 불린다. 수술 경험이 많으면서도 수술 합병증과 수술 후유증이 없기로 입소문이 나서 전국적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까닭이다.

골연장술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병은 하지부동(下肢不同)이다. 선천적으로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외상, 질병 등으로 후천적으로 짝 다리가 된 경우다. 다리 길이 차이가 2㎝ 이상 날 때 치료 대상이 된다. 짝 다리가 심할 경우 골반이 기울어지고 허리가 휘면서 통증이나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다리길이가 다른 경우도 있지만 선천성 기형으로 인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선천성 사지결손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선 매우 희귀한 난치성 질환이고 치료가 워낙 어렵다보니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가 많았던 병이다. 이 교수는 이런 선천성 사지결손도 다리를 절단하지 않고 보존하며 치료한다. 전 세계적으로 몇몇 의사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가 작아서 고민하는 저신장증 환자들에게 ‘키 키우기 수술’은 마지막 희망의 끈이다. 속칭 키 수술은 골연장술을 통해 다리 길이를 늘이는 수술이다. 과거에는 연골무형성증이나 터너증후군 등으로 인한 병적 저신장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던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작은 키가 고민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술도 연평균 약 100건씩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심부(深部)감염, 골불유합 등과 같은 주요 합병증과 후유증도 없었다. 철저한 수술 및 수술 후 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높인 덕분이다. 의료사고 역시 한 건도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적이다.

골연장술이 뼈의 길이를 변화시킨다면 변형교정 수술은 뼈의 모양을 바꾸는 수술이다. 변형교정 수술은 다리가 휜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이다. 사람들의 얼굴이 서로 다르듯이 다리 모양도 다르다. 오(O)다리나 엑스(X)다리를 가진 사람들은 곧고 매끈한 다리를 갖기 위해 휜 다리 펴기 수술을 원한다. 휜 다리를 가진 사람이 무릎 관절염을 합병하면 진행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 때는 변형교정 수술 자체가 퇴행성관절염 예방법이자 치료법이 된다.

골연장술이나 변형교정 수술은 ‘일리자로프’라는 외(外)고정 장치를 몸 밖에 장착해 뼈를 연장하고 교정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 치료법은 장기간 금속 핀을 박아 외고정 장치와 연결시켜 놓기 때문에 치료 중 많이 불편한 게 단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다리 뼈 속에 장착해 뼈를 연장할 수 있는 기구(프리사이스)다. 이 교수팀은 아시아권 최초로 이 프리사이스 수술에 성공했고, 2015년 말 현재 아시아 최초로 프리사이스 시술 100건을 돌파했다.

골연장술 외에 휜 다리 수술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았다. 연부조직 손상범위를 최소화한 최소침습 수술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 교수팀은 현재 경골 개방형 절골술을 포함 거의 모든 변형교정수술에 최소침습 수술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골연장 및 변형교정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이다. 수술 후 합병증과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어떤 수술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동훈 교수는 국내 골연장·변형교정 분야 개척자이자 전도사… 철인3종 경기 즐겨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해운대고교를 거쳐 97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2010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마리 웨스트 팜 비치 병원 내 ‘팰리 인슈티튜트’에서 팰리(60) 박사와 함께 사지연장 및 변형교정 수술법에 대해 연구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골 연장 및 변형교정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형외과 의사다. 그는 지금 이 분야 신의료기술 개척자 및 전도사로 통한다. 사지연장 및 변형교정 수술 시 합병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의료기술을 잇따라 개발, 안전성을 눈에 띄게 향상시킨 덕분이다.

이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사지연장수술 관련 학술대회에서 2013∼2015년 연속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2015년판 미국 정형외과학 교과서, ‘림 렝쓰닝 앤드 리컨스트럭션 서저리 케이스 아틀라스’(LLRSCA)도 그의 수술법을 소개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수술법과 연구결과를 세계가 인정하고 배우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이 수술을 시작하면서 환자들이 절대 후유증을 겪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항상 고민하다보니 안전한 방법들을 계속해서 고안하게 됐어요. 외국 학회에 참가하면 다른 나라 의사들이 내 방법으로 골 연장 수술을 하고 있다며 인사를 하곤 합니다. 우리가 이 쪽 게임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운동 마니아다. 의대생 시절에는 검도를 배워 공인 3단에 올랐고, 2009년부터는 틈만 나면 철인3종 경기(수영·사이클·마라톤)를 즐기고 있다. 이 교수는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군 의료지원단(제마부대) 진료과장으로 나가 현지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한 공로로 미국 육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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