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 김경재 “DJ·朴대통령 모신 경험 살려 국민통합에 일조” 기사의 사진
김경재 신임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이 “북한 정권이 붕괴됐을 때 북쪽에 신속하게 들어가 자유시장경제를 전파할 수 있도록 100만 통일 정예 요원을 양성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국민 통합을 위해 도와 달라는 진정성을 보여줘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한국자유총연맹은 대표적인 관변 보수단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수호하겠다며 좌익척결 운동을 줄기차게 벌여 왔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로부터 ‘수구꼴통’이란 소리를 듣는다. 연맹의 중앙회장은 당연히 보수성향 정치인이나 관료 차지였다. 그런 자리에 이번에는 오랫동안 야권에 몸담았던 사람이 앉았다. 제16대 중앙회장 김경재(74). 의외의 인물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 전까지 줄곧 재야와 야당에서 활동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한 사람이다. 지난달 25일 중앙회장 선거에서 허준영 전임 중앙회장을 누르고 당선돼 업무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한국자유총연맹을 찾아 그를 인터뷰했다.

-자유총연맹은 대표적 수구 보수단체인데 취향에 맞습니까. 중앙회장 선거에 왜 나섰나요.

“김대중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모신 경험을 살려 국민통합을 이루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저는 대학 시절 데모를 가장 많이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좌파에 기웃거린 적은 없습니다. ‘정치문학회’라는 우파 리버럴리스트 모임에만 참여했습니다. 유신 이후 미국에서 15년간 살면서 주로 김대중의 앵글로 한국정치를 봤는데 박정희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압축성장을 위해서는 박정희식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자유총연맹은 저의 실제 정치적 이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허준영 전 회장과 알력도 많았고, 막판에 행정자치부에서 회장님을 도왔다는 말이 많았는데요.

“원래 이런 자리는 추천에 의해 결정되는데 허 전 회장이 무리하게 버텼다고 봐야지요. 검찰이 허 전 회장을 흠집 내기 위해 측근들을 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거 훨씬 전부터 수사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구속됐잖아요. 행자부에선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노력한 것으로 압니다.”

-자유총연맹을 통일선봉대로 만들겠다고 장담하시는데.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어차피 붕괴될 수밖에 없어요. 김정은 정권은 공산주의도 아닙니다. 이 시대에 공산주의란 게 어디 있습니까. 북한은 중세의 고립된 절대왕조나 마찬가지입니다. 일제가 우리한테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지만 김정은처럼 저렇게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언제가 북에 변화가 있을 때 누가 들어가겠습니까. 군이 들어가서 뭘 하겠습니까. 우리 민간단체가 신속하게 들어가 자유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장마당을 활성화시켜야지요. 그럴 때를 대비해 제 임기 중에 100만 통일 정예요원을 양성할 생각입니다.”

-북의 자체 붕괴나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다는 말씀이군요.

“그것도 상정해야 하지만 평화통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교류협력 시대에도 가능한 얘기입니다.”

-남북이 이렇게 꽉 막혀 있는데 교류협력이 언제 활성화되겠습니까.

“금년 상반기 중에 예상 밖의 터닝포인트가 마련되리라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대외정책,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솔직히 지금은 평가 자체를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성공했다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북이 전혀 말을 듣지 않으니 방법이 없는 것 아닙니까.”

-박 대통령도 평화통일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현재 분위기가 답답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꿈이 하나 있습니다. 박 대통령 퇴임 후에라도 ‘박근혜 브랜드’를 앞세워 통일문제를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에겐 박정희의 아우라가 있습니다. 제가 김대중을 가까이서 모셔봤지만 통일에 대한 김대중의 꿈과 박정희의 꿈은 대동소이합니다. 7·4공동성명과 6·15선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비슷한 내용입니다. 두 분의 생각을 합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특별한 아이디어라도 있습니까.

“DMZ(비무장지대)를 제대로 개발하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라도 ‘DMZ 남북공동개발위원회’ 남측 위원장을 맡아 통일시대를 준비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 자유총연맹이 북의 노동적위대와 손잡고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DMZ는 2억5000만평입니다. 인천에서부터 금강산까지 KTX를 깔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판문점과 파주 지역에는 국제도시를 건설하면 좋을 것입니다. 유엔 참전국과 북이 선호하는 국가에 땅을 배분해서 개발하는 겁니다. 그곳에 유엔 제5본부를 유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환경·해양 분야를 담당하는 본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철원지역에는 대단위 농장을 조성해 생산되는 쌀을 북에 무진장으로 공급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동족상잔의 현장을 민족 공존번영의 무대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박 대통령께서도 이런 저의 생각에 동의하리라 봅니다.”

-자유총연맹의 수구보수 이미지를 개선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발전시킬 복안이 있습니까.

“저는 회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애국심을 100% 인정한다. 누구라도 총잡고 나라 지킨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나라와 국민이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좀 부드럽게, 지혜롭게 대처하자’고 말하지요. 창조적으로 극복해야지요.”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한 진짜 이유가 뭡니까.

“하루는 박근혜 후보가 전화를 해서 ‘김 선배 제가 힘이 조금 부족한데 도와줄 수 없을까요’라고 묻더군요. 제가 ‘통일에 대한 입장이 저와 같아야 되고 유신 시절 헌정파괴에 대해 사과해야 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 뒤 박 후보가 그 두 가지를 실천했습니다. 국민통합을 위해 도와 달라는 박 후보의 진정성을 확인했지요. 남북이 통일하려면 우선 국민통합부터 해야 합니다.”

-‘박사월’이란 필명으로 ‘김형욱 회고록’을 저술해 유신체제를 강하게 비판한 전력이 있는데 박 후보가 그에 대한 유감 표시가 없었습니까.

“유감은커녕 박 후보는 제 책을 충실하게 다 읽었더군요. 회고록을 정독해 보면 김형욱 처리와 관련해 박정희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돼요. 김재규의 나쁜 공작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과오를 왜 딸이 다 책임져야 합니까. 이제 박 대통령에게 유신 얘기는 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요.”

-박 대통령을 도운 데 대해 후회는 없으신가요. 야당이나 호남에서 배신자라 할 텐데요.

“박 대통령 입장에선 김대중 책사를 끌어안았다는 상징성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직언을 많이 하지요. 얼마 전까지 대통령 홍보특보를 하면서 리포트를 20개 정도 냈습니다. 제가 할 말은 다 합니다. 배신자 얘기는 처음에는 많이 들었습니다. 야당에선 김대중의 이론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떠난 데 대해 뼈아프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얘기하는 사람 없습니다. 김대중을 안고 가기 때문이죠. 동서 화합, 박정희와 김대중의 화해를 주장하니까요. 저는 광화문광장에 네 분 대통령의 동상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산업화 대통령 박정희, 민주화 대통령 김대중 김영삼, 이렇게 네 분 동상을 세울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진정한 국민통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기게양대도 세우고요.”

-김형욱 회고록은 어떻게 해서 쓰게 되었습니까.

“학생운동 할 때 ‘동백림 사건’과 관련해 중앙정보부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알았습니다. 한참 세월이 지난 뒤 미국에 도망 온 김형욱이 저를 찾아와 회고록을 써 달라고 해 테이프 50개 분량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김형욱도 ‘박정희의 위대함’은 인정했어요. 저도 집필하는 과정에서 새삼 박정희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지요.”

김경재는

△전남 여수(74) △순천고, 서울대 정치학과 △월간 ‘사상계’ 정치담당 편집자 △미국 뉴욕 ‘독립신문’ 발행인 겸 주필 △북미주 민통연합 전국의장 △15·16대 국회의원(순천) △김대중 대선 후보 홍보위원장 △노무현 대선 후보 홍보본부장 △박근혜 대선 후보 기획특보 △박근혜 대통령 홍보특보 △저서 ‘혁명과 우상’(김형욱 회고록),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 등 10여권

한국자유총연맹은

1949년 이승만 대통령과 장제스 중화민국 총통이 경남 진해에서 만나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태평양 동맹 결성에 합의한 것을 바탕으로 54년 ‘아시아민족반공연맹’을 출범시켰다. 이를 모태로 결성한 ‘한국반공연맹’이 한국자유총연맹의 전신이다. 노태우정부 때인 89년 한국자유총연맹으로 개칭하면서 반공 위주의 수세적 노선에서 탈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수호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350만 회원을 가진 국내 유일의 이념 국민운동 단체다. 17개 시·도 지부와 228개 시·군·구 지회, 3500개 읍·면·동 분회, 해외단체, 직능단체로 구성돼 있다.

만난 사람=성기철 판매국장(전 논설위원) kcsung@kmib.co.kr

▶[인人터뷰] 기사 모두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