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준협] 사라진 중산층 복원 약속 기사의 사진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국민행복 10대 공약’의 제목이다. 국민행복이라는 국가 비전이 중산층 재건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런데 집권 초 발표한 5개년 국정과제에서 중산층 복원은 아예 빠져버렸다. 공교롭게도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은 커지고 있다. 중산층 복원 약속이 사라지면서 계층 사다리가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때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개개인들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계층 상승이 힘들다는 응답이 2013년 75%에서 2015년 81%로 6% 포인트나 증가했다.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무려 91%에 달했고, 소득불평등이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응답도 77%에 이른다. 개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비정규직 같은 나쁜 일자리에서 정규직 같은 좋은 일자리로 옮겨가기 힘들다는 응답은 82%, 벤처·창업 활동으로 계층 상승이 힘들다는 응답은 70%다. 이래서야 누가 꿈과 희망을 키우고 열심히 노력하겠는가.

공식 중산층과 체감 중산층의 괴리도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중산층은 인구의 65.4%, 공식 빈곤층은 14.4%다. 하지만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57.9%에 불과하고 하층이라 여기는 사람이 39.7%에 달한다. 설문조사에서는 공식 중산층의 55%가 스스로를 빈곤층이라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히 살더라도 실제 삶은 팍팍하기만 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게다. 우리 사회의 불안과 불만, 불신이 여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산층 복원 약속을 되살려야 한다. 누구든지 노력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스스로 중산층이란 자긍심으로 충만한 ‘파워중산층’을 길러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갈등이 줄어들고 경제발전도 가능하며, 무엇보다 개개인이 행복하다.

먼저 교육 사다리와 일자리 사다리, 벤처 사다리를 강화해야 한다.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의 사교육비가 일곱 배나 차이 나는 사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너무도 공고하고 열정과 아이디어로 벤처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손가락질받는 사회, 아예 출발선이 달라 기회균등이라는 자유주의의 근간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희망이 없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를 완화하는 게 계층 사다리 강화의 첫걸음이다.

주거 불안과 노후 불안, 사교육비 부담도 완화해야 한다. 특히 2030세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과 생애최초주택구입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출산과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40·50대를 위해서는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60대 고령층에는 주거비와 의료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세·재정제도를 개혁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프랑스는 2012년 빈곤층 비중이 35.6%에 달했지만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8.1%까지 떨어졌다. 인구의 27.4%인 1800만명을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인구의 2.3%만을 중산층으로 이동시켜 OECD 국가 평균치 18%에 턱없이 모자란다. 고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조금 더 거둬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일하는’ 복지가 되도록 제도를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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