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 ‘희망 허브’로 거듭나다] 교회 중심 마을공동체, 위기의 농촌 살린다

<중> 영농 지도하는 교회

[농촌교회 ‘희망 허브’로 거듭나다] 교회 중심 마을공동체, 위기의 농촌 살린다 기사의 사진
이춘식 목사가 21일 전북 진안 배넘실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충남 보령 시온교회에서 영농교실을 열고 있는 모습. 작은 사진은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 진안=이용상 기자, 시온교회 제공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확대로 인해 쏟아져 들어오는 저가 수입 농산물이 농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대규모 농가 육성에 집중하면서 소농이나 마을공동체 등 전통적인 농촌의 모습도 사라지고 있다. 농촌 사역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목회자들에게 이런 변화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경제 살리기에 직접 뛰어들어 성공적인 농촌 목회를 이뤄낸 교회들이 있다.

◇‘배추목사’의 마을 살리기=“마을과 교회 간에 떨어질 수 없는 관계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교회가 예배만 드릴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위해 직접 나서야 했습니다.” 21일 전북 진안 배넘실교회에서 만난 이춘식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이런 이 목사의 목회철학을 보여주듯 마을회관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배넘실마을 주민들은 1990년대 중반 용담댐 건설로 인해 농토 대부분을 잃었다. 정부는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적잖은 주민이 고향을 떠났고 마을 경제력은 크게 떨어졌다.

마을 주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 목사가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는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찬 주민들을 위해 직접 도시교회로 배추를 팔러 다녔다. 주민들은 그런 그를 ‘배추목사’라고 불렀다. 이 목사는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켜서라도 배고픈 사람들을 먹였는데 농민을 위해 목회에 나선 사람이 농촌의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2006년 마을위원장이 된 그는 ‘마을공동체’ 회복에 집중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2008년엔 전통테마마을 사업에 선정돼 친환경 숙박시설 ‘황토방’을 운영했고, 2011년엔 주민들과 함께 ‘산들엄니밥상’이라는 친환경 식당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했다. 식당 앞뜰에는 달맞이 쇠비름 매실 오미자 질경이 등이 담긴 장독을 늘어놓았다. 여성 주민들은 자연음식연구가인 김현희씨에게 각종 산야초의 특성과 조리법 등을 배웠다. 식당수익금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활용한다.

이 목사는 2013년 대한민국 농촌마을 대상 시상식에서 농촌 지역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러는 동안 배넘실교회의 교인 수는 80여명에 이르렀다. 전체 마을 주민이 1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80%가 교인인 셈이다.

이 목사는 “농촌마을에서 교회가 살기 위해선 먼저 마을을 살려야 한다”며 “교회를 중심에 두면 주민들에게 인정받기 힘들지만 교회가 희생하더라도 마을공동체에 집중하면 마을주민들은 자연스럽게 교회를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스쿨버스 목사’의 목회 철학 “마을은 교회 동반자”=충남 보령시 천북면 주민들은 대부분 돼지 한우 젖소 닭 등을 키우는 축산업에 종사한다. 1993년 시온교회에 부임한 김영진 목사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교회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많은 주민들은 축산 폐기물로 인한 수질오염이 마을의 고민거리라고 했다. 시온교회는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영농교실을 열고 ‘유용미생물(EM)군’ 활성화를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유용미생물을 이용하면 축산폐기물을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성도들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호응을 얻게 됐고 교회 이미지도 좋아졌다.

김 목사는 또 목회를 시작한 이후 20년 넘게 주보에 농사정보를 함께 싣는다. 마을 주민들이 고령화돼 이 같은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온교회는 이 밖에도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에 들꽃 축제(온새로미 축제)를 연다. 교회 건축 후 운동장을 만들고 들꽃을 심은 것이 출발이었다. 축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각 가정에서 기르던 꽃을 가져와 전시하며 축제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농산물도 소개한다.

마을 행사로 자리 잡으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김 목사는 도시교회와 마을 간 농축산물 직거래를 위한 ‘일교일촌’ 사업도 시작했다. 통상 도시교회와 시골교회 간 직거래는 많이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마을과는 무관한 교회 내의 일로만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데 김 목사는 도시교회와 마을 간 직거래를 하도록 한 것이다.

또 보령시 교육청에서 지역초등학교 통폐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 김 목사는 통학버스 기사를 자처해 노란색 교회 봉고차를 끌고 학생들을 실어 날랐다.

김 목사는 “농촌교회에서 목회는 철저하게 농촌의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며 “농민들은 교회의 섬김을 받을 필요가 있는 분들이다. 마을공동체는 선교의 현장인 동시에 교회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진안=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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