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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선택

[사이언스 토크] 선택 기사의 사진
한해살이(왼쪽)와 여러해살이(오른쪽) 밀 뿌리. Dehaan-Jerry Glover, CC BY 3.0, 위키미디어 커먼스
부지런한 농부들의 논갈이가 시작되었다. 농촌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봄의 기운은 도시인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따뜻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보이는 평온함과 달리 농경사회는 많은 힘과 땀을 요구하는 힘든 방식을 선택하여 발전되어 왔다. 농경의 고된 삶은 약 1만년 전 경작식물로 한해살이 식물을 선택한 인류의 실수에서 기인했는지 모른다.

인류의 주된 식용작물인 쌀, 밀, 옥수수는 해마다 씨를 뿌리고 경작한 후 추수를 반복해야 하는 한해살이 작물이다. 야생에는 여러해살이 벼와 밀이 있음에도 왜 한해살이 종류가 작물로 선택된 것일까. 미국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그 이유는 신석기인들이 작물의 선택에 있어 식물의 빠른 개량 가능성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 한다. 즉, 해마다 더 잘 번성하는 식물의 씨앗을 골라 다시 심는 방식으로 종자를 개량했고 이러한 이유로 해마다 다시 심을 필요가 없는 여러해살이 식물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해살이 작물 재배는 엄청난 비용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지속적인 환경 피해를 유발한다. 한해살이 식물은 땅 속 30㎝ 정도 깊이까지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지력을 쉽게 고갈시키고 이로 인해 비료 등 유기물질의 영양 공급을 필요로 한다. 이 유기물의 절반 정도는 하천으로 유입되어 녹조 현상을 일으키고, 주기적으로 땅을 갈아엎는 행위는 토양 침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반면에 여러해살이 식물은 땅 속 3m까지 조밀한 구조의 뿌리를 내린다. 한해살이 식물 뿌리의 10배에 이르는 긴 뿌리는 깊은 토양의 물과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기에 비료 등의 인위적 공급이 거의 필요 없고 유기물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따라서 땅을 갈아엎는 행위가 불필요해 토양 침식도 유발되지 않는다. 이같이 여러해살이 작물이 경제적으로 유용한 동시에 환경적으로도 우수하다는 것은 근래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서구에서 개발된 여러해살이 밀이 시장에서 주류화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단편적 고려에 무게를 둔 선택적 오류가 고착되면 여러 측면에서 유용한 차선의 방식이 새롭게 선택받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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