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최계운] 열흘의 꽃피움, 355일 기다림 기사의 사진
알파고가 여전히 화제다. 기계와 인간 간에 벌어진 ‘세기의 대국’ 이후 세인의 관심은 인공지능(AI)에 집중되었다. 인간을 이길 만큼 성장한 인공지능에 놀라서만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가 새삼 궁금해진 탓이다. 편익증진, 수명연장 등 장밋빛 기대에 들뜬 사람도 있고, 인간소외나 기계의 인간지배 등을 걱정하는 이도 적잖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늘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봄꽃, 아파트 화단에서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를 발견하고서다. 거의 모든 식물이 그렇듯 산수유도 한 해 한 번 꽃을 피운다. 꽃을 다시 보려면 꼬박 1년을 반드시 기다려야만 한다. 바로 자연의 법칙이다. 인고의 시간, 오랜 기다림에는 예외가 없다. 하물며 오늘의 알파고, 이세돌, AI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전과 실패와 인내와 치열함이 있었을지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알파고 뒤에는 데미스 하사비스 CEO를 비롯한 구글 딥마인드사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있다. 이세돌 9단 역시 가족들의 남다른 사랑 속에 실어증을 겪을 정도의 엄청난 스트레스를 헤치고 세계 최고수가 되었다.

인류 역사에는 위대한 업적, 커다란 성공, 놀랄 만한 성과가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이 이에 환호하고 감동한다. 그러나 그 이면의 노력과 눈물, 기다림 등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감동과 환호의 시간은 짧다. 과실만 향유하면 되지 굳이 이면의 사연까지 알 필요가 있느냐고 말할 수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다. 355일 동안 꺾이고 병들고 뽑히는 일 없이 광합성을 계속하며 잎과 가지와 뿌리의 성장을 이어가야만 꽃과 열매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기다림은 어떤 분야나 필요하다. 물 분야도 그렇다. 댐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댐 건설에는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건의, 장기계획 반영, 사전검토, 타당성 조사, 이해관계자 의견조정, 예산확보, 보상, 시공 등에 드는 시간이다.

새로운 일자리와 국부 창출을 위한 해외 물시장 진출도 유사하다. 경험, 기술, 전문가 등을 토대로 해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해당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투입 자본, 진출 형태, 사후관리 방안 등도 각각의 사정에 맞춰 새로 짜야 한다. 사회적인 반발 등을 야기치 않아야 하고, 발생 가능한 모든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인은 기다림을 싫어한다. 기다려주기보다 빠른 성과를 좋아한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과 무한경쟁 시대 도래가 주요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한 송이 봄꽃에서 볼 수 있듯 진정한 감동은 기다림에서 나온다. 안전한 수돗물을 누구나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게 하려는 오랜 노력이 스마트 물관리와 합쳐져 맛있고 건강한 수돗물이 된다. 물로 더욱 행복한 일상을 가꾸려는 끈질긴 시도가 레저, 여가, 건강, 문화 등이 살아있고 또 서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만든다.

기다리며 사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통한 결실은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감동이 된다. 무엇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가치 있고 보람찬 삶을 가능케 한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낙관하거나 비관하기보다는 어떤 미래를 바라고 이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묵묵히 꽃 피기를 기다려주는 사람, 시간과 정성과 보이지 않는 땀을 눈여겨보는 이가 더욱 그리운 봄이다.

최계운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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