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공표금지 기간 등 여론조사 규제 선진국보다 많아” 기사의 사진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본사 로고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여론조사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다”면서 “4·13총선 출구조사는 이전보다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성호 기자
현대 정치는 여론에 좌우된다. 국회의원 후보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세상이 됐다.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건 정당들은 특히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론은 수시로 변한다. 그래서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의 흐름을 정확히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20대 총선을 10여일 남겨두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에게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표심을 들었다. 지난 22일 그를 만났으나 그동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파동’ 등 총선에 미칠 메가톤급 변수가 새로 생겨 28일 추가 인터뷰를 했다.

-4·13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론 흐름은 어떤가.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 고사작전과 김 대표의 ‘옥새 투쟁’으로 공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서울에서 큰 폭으로 떨어져 30%대로 하락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김종인 대표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선정 논란으로 정체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수도권, 충청권, 호남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더민주 공천 내홍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수도권과 호남에서 지지층이 결집해 10% 중반대로 올라섰다. 정의당 또한 서울에서 강세를 보이며 4주 연속 상승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유승민 파동이 새누리당 지지율에 미친 영향은.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TK에서 70.0%에서 56.0%로 14.0% 포인트, PK 52.8%에서 47.8%로 5.0% 포인트, 서울 37.5%에서 33.0%로 4.5% 포인트 하락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호남 민심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인물이다. 더민주가 진용을 새로 갖추었으나 광주에선 현역 의원을 한 명도 공천하지 못했다. 반면 국민의당엔 현역 의원 후보군이 많다. 더민주의 경우 지명도가 약한 후보를 공천한 문제도 있고,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기대주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천정배 의원과 맞대결시킨 것도 전략적이지 못했다. 후보가 지지의 매개체인데 눈에 띄는 더민주 후보가 없다 보니 국민의당이 대안세력으로 주목받는 것 같다.”

-여론조사로 공직 후보를 공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른바 오세훈법 도입 이후 선거공영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여전히 돈 선거, 조직 선거가 활개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러한 부작용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절차적, 방법론적 문제에서 여야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론조사는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선택 문제가 제기됐는데.

“각 당이 동시에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한 사실상 역선택을 막을 방법이 없다.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탈락한 새누리당 조윤선 전 장관의 경우 15표 차이로 졌다고 들었다. 15표는 표본집단 2000명의 0.75%다. 이 정도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면 역선택 문제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거다. 서울 양천도 아주 박빙으로 승패가 갈렸다. 오차범위 내인 4∼5% 포인트 차이는 조사기관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여론조사가 100%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가위바위보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여론조사 수준은.

“외국계 조사기관이 우리나라에 대거 들어와 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정확도를 높여야 하고 새 기법도 개발해야 한다. 더러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오지만 수준은 이들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본다. 오세훈 한명숙 전 의원이 맞붙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예측에 대실패한 이유는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입자들만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당시 여론조사는 오세훈 50%대, 한명숙 30%대로 나왔으나 실제 득표율은 오세훈 47.4%, 한명숙 46.8%였다). 60% 이상의 가구가 전화번호부에 등재돼 있지 않다. 그러나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하면 60%가 넘는 비등재가구도 조상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여론조사 경선도 안심번호를 통한 RDD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 여론조사에 규제가 많은 편인가.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금지 기간을 블랙박스 기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선거일 전 6일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하루 이틀이 고작이다. 선진국은 출구조사 거리 제한이나 전화조사의 경우 응답률 표기 등 공표보도 의무조항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있다.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이틀 전에 선관위에 신고해야 하는 규제도 있다. 다만 중앙언론사와 하루 이용객이 10만명을 넘는 뉴스 사이트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응답률이 너무 낮아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평균 10% 안팎으로 미국보다 조금 높다. ARS 조사는 5% 내외다. 여론조사는 응답하지 않는 90∼95%가 응답자 의견과 동일하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하는 건데 꼭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대선은 워낙 박빙이 아니면 예측에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51대 48로 승패가 갈린 2012년 대선 때 출구조사가 틀린 적도 있다. 총선은 이런 적이 비일비재하다. 지지율 격차가 5% 포인트 이내면 초접전지역, 10% 이내면 접전지역으로 분류하는데 총선에선 이런 곳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 된다. 보통 500명을 조사하는 출구조사의 경우 오차범위가 ±4.4% 포인트로 크다. 그래서 방송사 출구조사가 의석 범위를 맞춘 적이 한번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출구조사가 관심을 끄는 것은 맞히는 지역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지역까지 여론조사로 공천하는 건 문제다. 실제 결과가 그렇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출구조사를 할 텐데 오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과거에 비해 출구조사 정확도가 높아졌다. 응답률이 전화 여론조사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초접전지역은 여전히 예측이 어렵다.”

-같은 사안이라도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차이 나는 이유는.

“가장 큰 원인은 설문 구조에 있다. 정당지지도를 앞에 두느냐, 뒤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후보 지지도도 순서에 따라 좌우되고, 설문이나 표현하는 워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래서 대선 때마다 캠프끼리 선호도냐, 적합도냐, 지지도냐로 싸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사방법이다. 전화면접, ARS, 인터넷 조사에 따라 차이가 난다. 세 번째는 표집방법인데 RDD로 하느냐, 패널조사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모 방송사가 패널조사로 해서 틀렸다. 조사시간도 중요하다. 평일이냐 주말이냐, 낮이냐 저녁이냐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시간을 고르게 안배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는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운영 중인 여론조사 회사 가운데 여론을 조작했던 회사도 있고, 선거 때만 나타나는 떴다방식 여론조사 회사도 적지 않다. 이들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피해를 본다. 심지어 후보 측에서 매수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12년부터 정치인 테마주가 생기면서 지지율이 떨어진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를 산 사람들의 항의전화가 많아졌다.”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많은 국민들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알파고의 승리는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여론조사 회사도 많아지고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특정 여론조사기관만을 맹신해선 안 된다.”

이택수 대표는

△47세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사회개발연구소 객원연구원 △디지털랩 대표이사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 △한국정치조사협회 상임이사(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현)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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