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근·현대사 흔적과 만난다… 관광객들 스토리에 매력 기사의 사진
구봉산과 수정산 자락에 자리 잡은 부산 동구 수정동 전경. 1970∼80년대 부산 경제를 이끌었던 신발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던 동구는 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해 새로운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부산 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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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 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다).’

최근 부산 동구를 방문했던 피란민과 6·25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한결같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구봉산과 수정산 자락에 형성된 동구는 부산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조망권을 가진데다 부산항 부두축조 이후 부산은 물론 한국 근대화의 중심에 서있다.

부산항 외에 부산역과 일제강점기 부산 최대의 섬유공장인 조선방직, 자유·평화·부산진시장 등 영남권 최대의 도매시장 등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1950년 6·25한국전쟁 당시 전국에서 피란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판자촌이 형성됐던 동구는 최근까지 열악한 주거환경이 거의 그대로 남은 낙후된 곳이다. 동구는 70, 80년대 부산경제를 이끌었던 신발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인구도 급격히 줄었다. 한때 인구가 20여만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 현재 9만4000여명으로 급감했다. 주거환경은 열악하고 주민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동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도시재생사업=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국내외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복(山腹)도로는 산허리를 따라서 구불구불 이어진 좁은 도로로, 피란민들이 피를 흘리며 손수 닦은 길이다. 피란수도 부산을 상징하는 도로다.

동구의 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크게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길’과 ‘부산포개항가도’ 등 두 종류로 나눠 추진됐다.

이바구길은 초량·범일·수정·좌천이바구길 등 4개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한 ‘스토리텔링 로드’다. 2011년 총사업비 68억원이 투입돼 조성된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역광장∼백제병원(남선창고 옛터)∼초량교회∼김민부전망대∼이바구공작소∼장기려박사 더나눔 센터∼유치환의 우체통∼게스트하우스 까꼬막∼마을카페로 총연장 1.5㎞에 테마가 있는 주요 거점이 17곳이나 된다. 2013년 3월 개통 후 해마다 10만여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한국 근대화의 중심 부산 동구=이바구길을 가는 곳곳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우리 근현대사의 한 부분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남선창고는 1900년에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다. 부산 최초의 교회인 초량교회는 임시수도 시절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예배를 봤던 곳이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로 시작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노랫말을 지은 김민부(1941∼1972) 시인을 기려 만든 김민부전망대는 부산항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바구공작소는 연면적 265㎡, 지상 2층 규모로 이바구길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영상, 사진, 기록 등으로 산복도로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장기려(1911∼1995) 박사를 기리는 ‘더 나눔 기념관’은 가난한 환자를 무료 진료한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청마 유치환(1908∼1967)을 기리는 ‘유치환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면 1년 뒤 배달된다. 우체통은 그가 즐겨 보낸 편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상징으로 청마의 예술과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치했다. 게스트하우스 ‘까꼬막’(까꼬막은 산비탈의 경상도 사투리)은 어르신 스토리텔러를 통해 문화적·역사적 이야기를 듣고 산복도로를 체험하며 부산항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新문화관광자원으로 재탄생=이바구길은 일자리창출 등으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은 관광객과 산복도로 주민과의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구청 측은 초량 이바구길 외에 최근 범일·수정·좌천 이바구길도 개통했다. 이 일대에서 과거 흔적이나 명소를 잇는 이바구길은 영화 ‘친구’의 거리와 보림극장, 안창 호랭이마을, 신발박물관, 자성대, 왜성 터 등이 스토리텔링으로 되살아났다.

또 다른 도시재생사업인 ‘부산포개항가도’사업은 좌천동 정공단에서 증산공원 일원에 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하고,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사업으로 최근 준공했다. 도시철도 좌천역∼정공단∼일신기독병원∼부산진교회∼안용복장군 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증산공원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는 지역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이 재발견되고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좌천동 문화아파트 옆 급경사 계단도로에 설치된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고지대 계단을 이용하는 지역 어르신 등 교통약자들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이 같은 다양한 사업으로 동구에는 최근 젊은이들이 이주해오고 빈집이 사라지면서 마을공동체가 회복되는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박삼석 동구청장의 청사진
“다문화특화거리·민박촌 조성… 주민들 자발적 참여 중요”


“도시재생사업을 잘 마무리 해 ‘살고 싶은 동구’ ‘행복도시 동구’를 만들겠습니다.”

부산 동구 박삼석(66·사진) 구청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구는 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국내외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에 CEO출신으로 구의원, 시의원, 공기업 임원 등을 역임한 다양한 경력의 박 구청장이 있다.

그동안 추진한 도시재생사업과 올해 사업계획에 대해 박 구청장은 “2011년부터 초량·범일·수정·좌천 이바구길 조성과 주민 거점시설 건립 등 많은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도시활력 증진사업으로 부산포개항가도 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산진역사문화 명소화, 안창새뜰마을 조성, 다문화특화거리, 민박촌 조성 등 도시재생사업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관광활성화에 대해 박 구청장은 “이 사업이 매트로폴리스 어워드 상을 받았고, 행정자치부로부터 ‘가고 싶은 향토자원 베스트30’에 선정돼 연간 방문객이 15만명에 달하는 등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와 연계해 카페 설치는 물론 산복도로와 조망권을 활용해 먹거리, 기념품, 숙박시설, 편의시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지대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경사형 엘리베이트 설치와 아트팩토리(예술공방) 신설, 펜션과 옥상캠핑장 설치 등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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