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경제부흥 위한 금융의 역할 기사의 사진
수일 전 한국은행은 작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전년 대비 2.4% 감소한 2만7340달러로 발표했다. 한국경제가 10년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2.6%로 집계돼 지난 5년간 평균 성장률 2.96%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인데, 관련 기관들이 금년 성장률을 작년 수준으로 전망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출은 중국과 여타 신흥국들의 경기 침체, 저유가 등으로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감소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내수 부문도 어려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나 고령층의 노후 준비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청년실업도 심각한 문제다. 통계청은 지난 2월 말 청년실업률을 역대 최고치인 12.5%로 발표했으나 체감 실업률은 훨씬 높게 추정된다. 직장이 없거나 있어도 비정규직으로 해고 위험에 노출된 청년들에게 소비를 권장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뿐이다.

현재의 난국을 단숨에 해결하는 ‘신의 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의 성장 둔화, 시장의 경쟁 심화, 환율 변동성 등 변수가 많아 선택의 폭이 좁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가 중요해 보이는데, 이를 위한 금융의 역할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졌고, 우리나라에서도 가계부채 확대를 둘러싸고 금융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금융을 부적절하게 사용했기 때문이고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도움을 받을 여지가 왜 없겠는가.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계부채를 연착륙시켜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와 투자를 억제해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기준으로 차주의 상환 능력을 사용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도입했다. 비록 이것이 단기적으로 부동산 반짝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있더라도 정착시켜 경제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금융과 관련해서 우선 기업 구조조정, 특히 기간산업 구조조정 추진을 서둘러 자금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의 고부가가치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 애로사항을 확인하고 지속 성장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며 경영·관리 기법을 도와주는 관계형 서비스도 필요하고, 기업의 거래 관련 금융서비스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거래형 서비스도 요구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경영을 개선하고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고용 확대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셋째, 자본시장은 벤처·창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청년들을 벤처·창업으로 유인하고 신성장동력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이들이 실패 시 재기에 필요한 하부구조를 마련하고 아울러 노력의 대가를 회수할 수 있도록 생태계 마련에 힘써야 한다.

넷째, 고령층의 여러 가지 재산과 교환해 고정적 소득 흐름을 제공해주는 것도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즉 보험사 등이 고객의 장수 위험을 부담하고 고정적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고령층의 소비 불안을 제거하는 것이다. 보험사 또는 은행 등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연금상품을 개발·제시토록 하고, 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과 유사한 비과세 혜택 제공도 고려할 만하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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