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 2명 중 1명 “교회서 후보 소개·발언 부적절”

총선 후보 인사차 교회 찾아 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기윤실 크리스천 설문조사>

기독인 2명 중 1명 “교회서 후보 소개·발언 부적절” 기사의 사진
경남 지역의 한 교회에 출석하는 A(34)씨는 선거철마다 후보자가 교회를 찾아 인사를 하는 게 영 못마땅하다. 최근 교회를 찾았던 후보자들은 대부분 특정 정당 소속이었다. 그들은 예배 도중 인사하는 것도 모자라 교회 앞마당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명함을 돌렸다. 수년간 반복되는 행태에 교인들은 대부분 불쾌하게 여겼으나 담임목사는 “그저 손님일 뿐”이라며 예배 시간에 후보자를 소개하고 발언 기회를 제공했다.

서울 강서구의 교회를 담임하는 B목사는 얼마 전 예배에 C후보가 참석한 것을 목격했다. 평소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짤막하게 후보 소개를 해왔던 B목사는 예배 말미에 “C후보가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해당 후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도에게 인사를 했다. B목사는 “후보자 입장에선 얼굴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던지 순간적으로 일어나 인사를 하더라”며 “당황스러웠지만 저지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기독교인 절반은 교회에서 선거 후보자를 소개하고 발언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31일 ‘선거 후보자의 교회 방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0∼24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기독교인 192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5%(95명)는 ‘후보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소개만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25.5%(49명)는 ‘발언 기회를 주는 건 안 되지만 소개하는 건 괜찮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후보자에게 교회 내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교회에서 후보자의 소속 정당이나 현역 의원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공정한 소개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직분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담임목사나 부교역자의 경우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60.9%, 61.5%였다. 반면 일반 성도 그룹에 해당하는 서리집사나 비직분 성도는 각각 30.4%와 32.4%로 응답해 직분에 따라 시각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교회 내 모임에서 후보자 인사 및 소개가 투표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에는 83.3%의 신자들이 ‘아니오’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윤실 측은 이에 대해 “교회 모임에서 만난 후보자가 향후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높진 않지만, 접전 지역에선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기에 무시하지 못할 수치”라고 설명했다.

백석대 이장형(기독교학부) 교수는 “각 교회마다 전통과 문화가 있기에 후보자의 인사 방법에 대해서는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특정 정당 및 후보자에 편향된 시각이나 입장을 갖고 교인들에게 후보자를 소개 또는 선전하는 것은 위법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김나래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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