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원윤희] 셰익스피어와 인공지능 기사의 사진
오는 23일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지 400년 되는 날이다. 올해 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세계 주요 언론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쓴 대사와 줄거리, 창조한 캐릭터는 지속적으로 우리의 문화와 사회 전반에 큰 영감을 준다”고 찬사를 보내며, 올 한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셰익스피어의 삶과 유산을 기념하는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개최되므로 다 함께 참여해 즐기자고 초대함으로써 최고의 문인을 배출한 나라의 자긍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컴퓨터가 셰익스피어처럼 훌륭한 작가와 예술가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섞인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언어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만들어낸 시가 인간이 쓴 시보다 더 인간이 쓴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계기로 과연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우리 인간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들이 이제는 공상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현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로서 인간이 지시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없으며, 인간의 감수성이나 창의성까지 모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적 능력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영역까지 들어오게 될 터인데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기계와 결합하고 신체 장기를 계속 대체함으로써 사실상 영생이 가능한 호모 사이보그가 될 것이고 현생인류는 2100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미래 인류사회가 어떻게 변모할지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기술이 인류사회 발전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함으로써 현재 직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게 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과거 산업혁명 시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운동과 같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해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을 더욱 강화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인류 삶의 질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 몇 천년에 걸쳐 인류가 축적해 온 문명보다 훨씬 많은 양의 변화가 최근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이뤄졌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고 변화의 양도 가늠이 불가능할 정도가 될 것이다. 어찔할 정도의 급격한 변화 시대에 대처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인간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인간 본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급변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필수이며, 우리의 후속 세대들에게 창조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학습시킴으로써 예측불허인 미래 환경을 준비하고 적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셰익스피어 시대 사람은 400년 후 세상이 현재처럼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하고 모든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이 180도 바뀌리라고 상상도 못했겠지만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다양한 인간 모습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과 영감을 주고 있다.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위축감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인류가 탄생시킨 걸작품인 셰익스피어를 돌이켜보고 문학과 예술을 포함하는 인간 고유 영역을 수호하는 것이 우리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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