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전면 철거 후 아파트촌? 역사 품은 우리만의 마을로! 기사의 사진
서울시는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종로구 창신동과 숭인동에 주거·산업·사회·문화를 함께 고려한 지역 맞춤형 통합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쯤 도시재생이 완성된 후 창신·숭인동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사진은 현재의 창신·숭인 전경.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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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과 동망봉 사이에 위치한 서울 창신동과 숭인동은 조선시대만 해도 풍경이 좋아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밀집했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경성역, 경성부청 등 건축에 쓰일 화강암 채석으로 절개지가 형성되고 6·25전쟁 이후엔 폐허가 됐다.

1960년대에는 봉제로 살아가던 청계천 판자촌 철거민들이 거주하고 1980년대에는 동대문시장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봉제산업의 주요 생산지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쇠퇴한 주거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뉴타운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7년간의 찬반 갈등 끝에 2013년 뉴타운 지정이 해제되기에 이른다. 이듬해 5월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공공 주도의 도시재생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전면철거 위주의 뉴타운이 물러난 창신·숭인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주거·산업·사회·문화가 함께 고려된 지역 맞춤형 통합재생을 추진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모델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창신·숭인은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회복하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창신·숭인의 도시재생사업은 크게 길 중심(7개), 프로그램 중심(4개), 거점 중심(9개)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 삶의 질 향상=창신·숭인은 2015년 8월 기준 3296동의 건축물 중 2620개(79.5%)가 노후화됐고 26.6㎞의 하수관로 가운데 19.9㎞(74.8%)의 정비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하수관거에서 악취가 난다’ ‘골목길이 어둡다’ 등 주거환경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뉴타운 지정으로 건축 인허가가 활발하지 못했던 탓에 생활편리성(소매점, 공공시설, 문화시설) 사회지속성(사회복지, 노인복지, 보육시설) 교통편리성(도로, 주차장 등) 주거지속성(개별건축허가율) 등 주거환경 지표가 전반적으로 낮게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노후주택 개량을 지원하고 열악한 기반시설을 지역 맞춤형으로 정비하는 한편 동별로 부족한 공동이용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길 중심 재생사업으로는 상하수관 정비, 안전안심 골목길·마을탐방로 기반조성, 자투리땅 쉼터 조성, 푸른마을 가꾸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경쟁력 강화=창신2동과 숭인1동에는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는데 87%가 2∼3명이 일하는 하청업체로 임가공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원청업체 13%를 비롯한 약 20% 업체만 사업자 등록이 돼 있다.

봉제작업 환경도 열악했다. 비좁은 작업장에 환기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동대문시장에 의존하는 형태로 자체적인 기획이나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하청공장이 많다 보니 이익이 감소하고 공임도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많은 산업체가 창신·숭인을 떠났고 종사자도 줄어들었다.

이에 서울시는 봉제업체 근로환경을 개선해 봉제산업을 활성화하고, 창신·숭인의 자연, 지리, 인물, 건축, 산업 등의 역사와 실태를 조사하고 발굴하는 ‘신택리지’ 등 지역 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공공작업장 조성과 채석장 부지 명소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정체성 회복, 역사·문화 자원화=창신·숭인은 겹겹이 쌓인 시간만큼이나 역사·문화 자원이 많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양도성과 흥인지문,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 선생이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을 지은 비우당,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생가 터까지 명소가 많다. 특히 단종이 영월로 귀양 가서 죽자 부인 정순왕후가 유배지를 바라보며 울었다는 봉우리 ‘동망봉’, 단종 사후 정순왕후가 머문 것으로 알려진 사찰 ‘청룡사’, 정순왕후가 비단을 빨 때 자주색의 초 때문에 물이 들었다는 ‘자주동샘’ 등 정순왕후와 관련된 유적은 스토리텔링 소재로 삼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시크릿가든’ ‘미생’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역사·문화 자원을 되살리고 봉제산업의 특징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창신동 산업자원 관광화’ 연구와 종로구의 ‘창신동 봉제마을 관광화’ 사업이 그것이다. 그 결실로 봉제거리가 만들어졌고 봉제박물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또 백남준 기념공간 조성 등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관광산업으로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아울러 문화예술 증진도 지원하고 있다. 창신동 봉제마을의 창작공작소는 예술문화와 지역재생을 결합한 사례다.

◇주민 역량 강화, 참여적 도시재생 선도=창신·숭인은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동별로 협의체 대표를 정해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 주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을축제, 봉제체험 프로그램 등 주민공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창신·숭인동 주민이 도시재생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8년 이후에는 주민이 직접 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이 추진될 예정이다.

시는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에 주민참여 감독제를 적용하고 있다. 주민들이 3000만원 이상 공사 과정에서 불법·부당행위는 없는지,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감독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창신·숭인은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을 정비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각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시재생사업 첫 사례”라며 “공공과 주민들의 소통 및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며 주거환경을 개선해 서울형 도시재생의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창신,숭인 주민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이룰것 "도시 주거지 재생모델이 뭐냐고 묻는다면 창신·숭인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서울형 도시재생의 선도적 모델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신·숭인은 한양도성 등 역사문화 자산을 이용한 재생이 가능하고 봉제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뉴타운 해제 이후 주거정비 문제 등 도시 주거지 재생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 본부장은 "2014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지 2년이 됐다"며 "이제는 다양한 공동체를 아우르는 연대조직들이 만들어지고 뉴타운 개발에 대한 갈등도 봉합돼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본부장은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일꾼들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까지 행정지원이 끝나고 빠지면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일꾼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2020년쯤 도시재생이 완결됐을 때 모습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스스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며 "도시재생에는 지역 주민의 의식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주거지, 골목, 공동체를 잘 가꾸면서 다양한 역사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봉제 산업을 일자리로 이어가는 좋은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며 "창신·숭인은 주민의 활력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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