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신성환] 수요자 중심의 구조개혁이어야 기사의 사진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혹자는 과거에 경제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어려움은 몇 가지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보인다. 우선 과거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돌파구를 제공했던 수출이 지금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2011년부터 급격히 하락하더니 여전히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선진국들은 정치적 목적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중상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 직전에서 수출 주도 경제성장 모델을 수정해야 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소비가 수출을 대치하는 내수 주도 성장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민간 소비는 최근 몇 년 동안 그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금리가 계속 인하되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동안에도 민간 소비 증가율은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향후 금리가 상승하고 부채를 감축해야 할 경우 얼마나 가계소비가 충격을 받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국내외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결국 구조개혁에 있는 듯하다. 구조개혁을 통해 공급 측면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고부가가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만 우리 경제가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있을 듯하다.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공공, 교육, 금융, 노동 등 4대 부문은 모두 공급자 위주의 구조 틀을 갖고 있다. ‘원가’ 개념이 없는 공공부문은 ‘존재 이유’를 정당화하려는 듯 지속적으로 업무영역 및 조직을 확대해 왔다. 교육부문은 수요자인 학생의 관점이 아닌 교사의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되는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공교육은 사교육에 비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 금융부문 역시 서비스 공급자인 금융회사 중심으로 정책의 틀이 갖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금융산업은 금융소비자 친화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기업에 혁신의 동인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문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성과 보상이나 인력 구조조정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러한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 구조로 인해 우리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희망이 아닌 절망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 끼고 있다.

세상이 변화하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이 바뀌면 공급자는 그것에 맞추어 변화된 상품·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공급자 위주의 사고 틀을 갖고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상품을 만들었지만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고 수요자를 탓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4대 구조개혁의 핵심도 어떻게 우리 경제의 구조를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시키느냐에 있다.

이번 정부에 남은 시간은 이제 2년도 안 된다. 수요자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한다는 명확한 목표 없이는 개혁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기득권 집단의 저항에 구조개혁이 표류할 수 있다. 항상 그렇듯 구조개혁의 세부 사항으로 들어가면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는 논리가 횡행할 것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일견 그럴듯하게 보일 것이다.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우리 경제도 구조개혁의 표류와 함께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남은 2년 동안 최선을 다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만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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