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김부겸과 홍의락 기사의 사진
대구에서 정말 오랜만에 지역구 야당 국회의원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던 곳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그 중심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수성갑), 무소속 홍의락(북을) 후보가 있다. 적어도 여론조사로는 두 사람의 절대 우위가 예상된다. 김 후보를 가까이서 돕고 있는 지인과 어제 전화 통화를 했다.

-어떻게 전망하나.

“무조건 된다.”

-과신 아닌가.

“17번의 여론조사에서 경쟁 후보에게 단 한 번도 안 졌다.”

-새누리당은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데.

“아니다. 차이가 오차범위를 넘는다. 특히 상대가 수도권 규제완화 주창자란 점이 반감을 사는 것 같다. 이한구 전 의원이 지구당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과 공천 잡음도 도움이 됐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막판 가장 우려하는 점은.

“사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표심이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는데 그럴 것 같지 않다.”

수성갑 지역에 사는 보수 성향 고교 동창들의 속내를 캐봤다. 투표용지엔 ‘1번’밖에 없는 줄 아는 극보수 친구조차 “그만큼 찍었으면 됐지”라고 했다. 추가 기운 것 같은 느낌이 왔다.

홍의락은 대구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반응이 꽤 있다. 3월 말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에 16% 포인트 정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이 놀랐다. 더민주의 공천 배제에 따른 동정론에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새누리당 후보로 인한 반사이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그를 아는 지역 정가의 반응은 달랐다. 선전이 예상됐다는 것이다. 4년 전 비례대표 의원이 되자마자 지역구로 이사 온 그는 국회 일정이 없는 날엔 늘 유권자들과 접촉했다. 야당이 대구지역 SOC 사업비를 삭감하려 할 때 권영진 대구시장과 야당 예산결산특위 위원들의 만남을 주선해 예산 확보에 큰 몫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상당히 점수를 땄다. 대구에도 야당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아내는 4년 동안 거의 매일 관내 경로당 130곳을 찾았다. 주민들은 ‘북구의 딸, 며느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들이 당선된다면 대구의 정치사는 큰 변곡점을 맞게 된다. 지역구에서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였던 12대(1985년) 이후 사실상 31년 만에 전통적 의미의 지역구 야당 국회의원이 대구에서 탄생하는 셈이다. 14대(92년)와 15대(96년) 총선에서 국민당과 자민련 후보가 뽑혔지만 엄밀히 말해 야당 성향의 국회의원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6대(2000년)부터 19대(2012년)까지는 여당이 모든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구 유권자들의 ‘정치적 반란’ 가능성이 우세하지만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도가 더민주에 비해 평균 5배 정도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후보의 국회 입성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을 느낀 여권 성향 유권자의 결집과 당락에 결정적인 ‘숨은 표’의 위력이 ‘역시 대구는 실망(?)시키지 않는 지역’이라는 비아냥을 재확인시킬 것이란 전망 또한 만만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컨대 두 사람의 지역주의 타파 노력이 이번에 보상받을 것 같다. 지나친 기대감을 더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또 그렇게 되는 것이 한국정치가 그나마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