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시골의 발견] 이토록 세련된 시골이라니…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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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유용하다. 모든 시시한 것들이 디자인과 만나면 돌연 생생하고 흥미로워진다. 정원을 설계하는 가든디자이너 오경아(49·사진)씨의 책 ‘시골의 발견’도 디자인의 힘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사진이다. 유럽의 시골 마을에 있는 농장, 농원, 식당, 박물관, 민박집 등을 찍은 사진들인데, 대도시의 어떤 핫플레이스보다 근사하다. 오씨가 이 책을 통해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시골 생활, 시골 문화, 시골 디자인의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이라고 하니 이해가 간다.

“최근 유럽의 시골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것을 도시로 공급하는 차원을 벗어나, 스스로 농작물의 브랜드를 만들고 도시인들을 찾아오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농장과 미술관, 관람용 정원, 가든센터 등이 자리를 잡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시설과 판매 방식이 자연적이고 소박하지만 결코 누추하거나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진정한 고급스러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도시의 어떤 세련됨보다 고급스러웠던 시골 문화이다.”

오씨는 지난 해 남편과 함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의 시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결과를 이 책에 수록했다. 영국에서 7년간 조경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유럽 시골 문화에 대한 감탄, 2년 전 강원도 속초시로 낙향한 뒤로 새삼 확인하게 된 한국 시골 문화의 초라함, 그로부터 시작된 ‘어떻게 세련된 시골 문화를 만들어 낼까?’라는 고민 등이 오씨를 유럽으로 가게 했다고 한다.

‘소박하지만 알찬 작은 농장’ ‘옛날 방식에 대한 믿음’ ‘자연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양어장’ ‘도시보다 세련된 앤티크 & 빈티지 가든센터’ ‘이탈리안 시골 낭만이 가득한 포도덩굴 속 만찬’ ‘시골집 자체가 박물관이 되다’ ‘오래된 시골집의 장점을 살린 숙박’ 등 시골 문화를 바탕으로 세련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16가지 사례가 책에 실렸다.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시골은 다시 발견돼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골의 부활과 관련해 참조해볼만한 아이디어가 많다. 또 시골 생활을 꿈꾸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시골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설렘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는 오씨의 주장은 적절하고 또 성공적이다.

오씨는 정원을 주제로 다섯 권의 책을 낸 국내에 거의 유일한 정원 저술가로 꼽힌다. ‘정원의 발견’이 대표작이다. 귀향을 계기로 그녀의 관심은 정원에서 농업과 시골 문화로도 확장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의 농장들을 계속 찾아다니고 있다. ‘시골의 발견-한국 편’을 준비 중이다. 시골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오씨의 시골 부활론이 신선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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