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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기준 기사의 사진
킬로그램원기. 위키피디아
문 밖에 봄이 도착했음을 매화가 알리자 목련과 산수유가 문을 활짝 열어 봄을 맞이한다. 봄꽃 릴레이 바통이 개나리와 벚꽃에 이어졌으니 곧 진달래와 철쭉의 시기가 오겠다. 봄꽃들이 오가는 순서를 판단하고 예상 가능하게 만드는 근거는 일조시간과 누적된 온도이다. 자연 현상뿐 아니라 일상에도 판단이나 선택의 보편적 잣대가 되는 기준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과학과 사회적 기준은 본질적 측면에서 온도차가 뚜렷하다.

과학적 기준의 본질적 핵심은 절대성에 있다. 과학은 사실을 증명하는 행위이므로 보편타당성에 기초한 객관적 불변의 기준이 매우 중요하다. 방위는 자오선이 지나는 북극점을 진북으로 기준을 삼아 결정되고, 길이의 기준인 1m는 진공상태에서 빛이 1/299,792,458초 동안 여행하는 길이로 정의된다. 시간의 기준인 1초는 세슘133 원자에서 방출된 복사선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 기간을, 질량의 기준인 1㎏은 백금과 이리듐을 9대 1로 혼합한 물질을 이용해 높이와 지름 모두 39.17㎜로 만들어진 직원기둥체(킬로그램원기)의 무게를 기준으로 삼는다.

사회적 기준은 시대적 유연성이 강하다. 이는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따라 준거가 변하기 때문이다. 환갑잔치를 정점으로 노인을 구분하던 사회적 기준은 사라졌고, 외형적 미모의 기준도 달라졌다. 미래는 육체보다 심리적 나이가 더 중요할 것임에도 성형의 인기는 계속될 듯하니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경제적 중산층을 정의하는 잣대는 날로 높아지며,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 보호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늘 반복된다.

그렇다고 과학적 기준이 절대 불변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사회적 기준과는 달리 절대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기술과 개념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보다 더 정확하고 절대 불변에 가까울 수 있으며 예상 가능한 정향 진화의 메커니즘을 지닌다.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할 영역이 과학적이든 사회적이든 간에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은 올바른 기준을 그 근거로 삼는 것이다. 사회적 기준이 가변적이라 해서 자신과 일부 지역만의 이익을 좇는 고무줄 잣대를 선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다가올 선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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