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2부 ⑦] 엄마 간 이식받은 뒤 숨진 언니, 어린 동생이 알아야 할까요? 기사의 사진
제35기 죽음준비교육지도자과정에 등록한 수강생들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대강당에서 황애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 가족상담사의 강의를 귀담아 듣고 있다. 노신사부터 청년까지 30∼80대 남녀 55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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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웰다잉, 이제 준비합시다

⑦ 죽음 준비 교육

“일곱 살 난 여자아이가 엄마 간을 이식받고 닷새 뒤 죽었어요. 두 살 어린 여동생은 언니의 죽음을 알아야 할까요?”

황애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 가족상담사가 질문을 던졌다.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부터 앳된 얼굴의 청년, 수녀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은 필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지하 대강당에서 제35기 죽음준비교육지도자과정 5회차 1교시, ‘어린이와 죽음’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삶’을 위해 ‘죽음’ 배우는 사람들

지난달 7일 개강해 오는 6월 3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1∼5시 열리는 교육과정에는 30∼80대 남녀 55명이 등록했다. 이날 수업은 오랫동안 말기 아동·청소년 환자들을 지켜본 황 상담사가 현장에서 겪은 사례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필기를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던 수강생들은 죽음을 맞은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탄식을 뱉었다. 눈물을 닦기도 했다.

황 상담사는 “아이도 결국 알아야 할 권리가 있으므로 부모가 준비됐을 때, 아이가 의심할 때 죽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로 죽음을 외면하는 우리 문화를 개선하고 아이 눈높이에 맞는 놀이, 미술 등으로 죽음을 전하는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각당복지재단은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한 죽음’을 가르치는 ‘죽음준비교육지도자과정’을 개설했다. 수강료 18만원에 죽음 철학, 유가족 돌봄과 상담, 호스피스에서의 죽음 등을 전문 의료진, 인문학자, 성직자, 현장 전문가로부터 두루 배운다. 그동안 2100명이 거쳐 갔다. 죽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죽음 준비를 결심한 사람도 많았다. 관련 분야 전문가, 봉사자들이 반복해 수강하는 경우도 늘었다.

수강생 정효경(32·여)씨는 호스피스 환자들의 유언 동영상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아름드리나무’에서 일한다. 정씨는 “실무자들이 전해주는 생생한 얘기를 접하다보면 나부터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가 돼 있을 때 소명을 갖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선(55·여)씨는 올해로 2년째 강의를 듣는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청소년 대상으로 8년을 강의해 왔는데 중년이 되자 죽음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잘 사는 게 결국 잘 죽는 것’이라는 신념이 생겼다. 김씨는 “충만한 삶이 존엄한 죽음을 허락한다는 걸 느꼈다. 실천하기 위해 지금 강원도 정읍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가 함께 봄을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죽음 교육’의 이면

최근엔 각당복지재단 말고도 죽음 준비 교육을 하는 곳이 많아졌다. 2000년대 웰빙(Well-Being) 열풍의 여파가 ‘웰다잉(Well-Dying)’으로 이어지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민간기관도 늘었다.

하지만 체계적 교육과정을 갖춘 곳은 드물다. 수강료 30만∼40만원과 두 달 정도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웰다잉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며 강사 자리까지 소개해준다고 광고한다. ‘죽음’이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심리상담사, 치매예방지도사 자격을 가진 김모(60·여)씨는 지난해 10월 명함에 ‘웰다잉 지도사’ 한 줄을 더했다. 김씨는 “수도권의 경로당과 복지관, 노인대학에서 강의하는데 깊게 아는 게 아니라 강의에서는 원론적 이야기만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검토를 거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정식 등록된 웰다잉 관련 자격증 발급 기관은 5곳에 불과하다. 검증되지 않은 자격증을 남발하는 단체가 10곳도 넘지만 실태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임종체험’ 등 자극적 프로그램으로 호기심을 끄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각당복지재단은 이런 우려 때문에 2014년부터 자격증 발급에 대해 신중하다. 오혜련 각당복지재단 이사는 “체계적 교육 없이 자격증을 위한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들과 차별화하고 제대로 된 강사를 양성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죽음 준비’ 국가가 가르친다

‘웰다잉 열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가 차원의 죽음 준비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영국 미국 대만 등은 2000년대 들어 초·중·고교에서부터 공식적으로 죽음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죽음 준비 교육 ‘아름답고 존엄한 나의 삶’을 시범 운영하면서 첫걸음을 뗐다. 건보공단의 서울지역 지사에서 156명이 참여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유언장 등을 직접 쓰며 바람직한 죽음을 고민했다. 전체 수강생의 87.9%가 만족을 표시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 우울감 등이 줄어드는 효과도 거뒀다.

건보공단은 시범사업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엔 전국에서 ‘제2라운드 교육’을 한다. 다음 달 12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을 시작으로 6월 28일까지 12회, 9∼10월 12회 등 모두 24회에 걸쳐 ‘아름답고 존엄한 나의 삶’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와 달리 경인·광주·대구·대전·부산 등 5개 지역의 건보공단 지사 20곳과 의료기관 4곳으로 범위도 넓혔다. 교육과정은 50분짜리 주제 4가지로 구성됐다. 지난해 강의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경력 5년 이상의 웰다잉 전문강사들이 ‘관계에 대한 성찰’ ‘아름다운 삶과 존엄한 죽음’ ‘죽음을 위한 준비’ 등을 가르친다.

특히 이번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 가족, 자원봉사자,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4곳으로 직접 찾아간다. 일산병원, 강원대병원 등은 모두 호스피스 병동을 갖춘 곳이다. 건보공단 측은 올해 1000여명이 교육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11일 “올해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의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다”며 “사후 평가를 거쳐 내년부터 전체 지사(178곳)에서 정례적으로 교육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신훈 기자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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