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2부 ⑦] 존엄한 죽음 약속 ‘사전의료의향서’ 기사의 사진
2부: 웰다잉, 이제 준비합시다

⑦ 죽음 준비 교육

병을 앓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죽음을 공부하면서, 뭔가 ‘다른 죽음’을 생각한 사람들이 작성하는 서류가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다. 말기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치료를 받을지 등을 정신이 명료한 상태에서 미리 정하는 문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웰다잉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지금까지 3∼4개 민간단체를 통해 ‘사전의료의향서’ 등의 이름으로 작성돼 왔다. 보건복지부는 약 15만건의 사전의료의향서가 작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12만건가량은 2012년 본격적 체계를 갖춘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사실모)’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단체의 B4 용지 한 장짜리 사전의료의향서는 적용 시기(뇌기능의 심각한 장애, 질병 말기, 노령과 관련된 죽음)와 그에 따른 생명유지장치(특수연명치료) 희망 여부를 표기하게 돼 있다.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CPR), 제세동기(전기심장충격기), 혈액투석, 승압제(혈압 유지 약), 강심제(심장기능 강화 약), 체외혈액순환기(에크모) 등이 생명유지 장치에 해당한다. 연명치료를 거부해도 통증 조절, 체온 유지, 배변·배뇨 도움, 수분 및 영양 공급 등 신체·정신적 고통을 줄이는 완화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반드시 본인이 작성하고 대리인 2명과 증인의 신상정보도 기록해야 한다. 사본을 대리인과 의료기관에 제출하면 효력이 생긴다.

이 서류가 ‘포기’를 뜻하는 건 아니다. 홍양희 사실모 회장은 11일 “의향서는 끝까지 치료하되 회복될 가망이 없는 시점에서 아름답게 정리하고 싶다는 약속의 증표이자 존엄한 죽음 준비를 위한 첫 번째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 사실모의 사전의료의향서 상담 건수(7282건)는 2013년(5398건)보다 13.5% 늘었다. 여성 비중이 58%를 차지해 남성(42%)보다 많았다. 70대가 45%, 60대가 26.8%로 주로 노년층이 관심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36.4%)과 인천·경기(35.0%)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윤서희 사실모 팀장은 “올해 초 웰다잉법 통과 이후 세부적 부분까지 숙지하고 작성을 결심한 뒤 연락하는 분이 늘었다. 지역적 편차 극복은 해결 과제”라고 말했다.

2018년 2월 웰다잉법이 시행되면 민간단체가 작성했던 사전의료의향서와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의사를 반영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는 모두 신설되는 ‘국립연명의료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다. 복지부는 기관마다 다른 서식을 통일시킬지, 아니면 필수 포함 조항을 만들어 적용할지를 고심하고 있다. 이미 민간에서 작성된 의향서 효력을 어떻게 제도 안으로 포용하고 관리할지도 과제다.

복지부는 중복되거나 이미 임종한 환자의 서류, 부실 문서 등 각종 현황 조사를 올해 안에 끝낼 계획이다. 실무협의체를 꾸려 구체적인 등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은 내년부터 이뤄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웰다잉법 시행에 앞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먼저 현장에 적용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민간기관 양식을 이용해 미리 작성해 두면 된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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