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공병호] 울산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 기사의 사진
“이런 번영이 오래 갈 수 있겠나.” 지난 10여년 업무 때문에 울산을 자주 방문할 때마다 필자 뇌리에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호황기의 현지 사람들은 행운이 오래 갈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한 관찰자의 눈에는 번영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걱정이 함께했다.

외환위기가 강 건너 불 같은 일이었던 울산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수출은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2011년 대비 2014년의 수출액은 21% 줄어든 924억 달러였다. 2015년에는 37% 줄어든 729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현재의 불황이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한여름 폭풍우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울산경제가 처한 상황은 일시적이지 않다. 울산의 전체 수출액 가운데서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의 3대 산업이 전체 수출액의 6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주요 수입국이던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의 자급화를 완성함으로써 앞으로의 전망이 지극히 어두운 실정이다. 중국의 설비 증설은 우리와는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중국은 2005년 이후 최근까지 연평균 27%의 설비를 증설해 왔다. 한 해도 아니고 10년 넘게 30%에 가까운 설비 증설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조선업도 해운 경기 부진으로 수주 극감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조선업이 언제까지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기에다 한국 조선업은 노사 문제와 현장의 생산성 하락 문제라는 고질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내부 문제로 국내에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울산의 위기는 울산만의 위기가 아니다. 이 위기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이자 한국의 위기다.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거의 20년간 너무 안주했고 바깥세상의 흐름에 둔감했다. 특히 몇 개 대표기업의 약진에 눈이 가려진 채 제조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방치했다. 새로운 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은 이른바 분식(粉飾) 개혁에 심혈을 쏟았다. 체질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개혁 조치는 거의 없었다. 반면 간접 부문과 씀씀이는 크게 늘었다. 공무원 재직자 수는 2005년 93만1025명에서 2015년 102만352명으로 늘어났다. 국가부채는 2011년 773조5000억원에서 2015년 1284조8000억원으로 66%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아직도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위기를 겪게 될지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성장 토대를 확보한 중국은 부품과 소재산업으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홍색공급망’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에 바탕을 둔 이 같은 산업 육성 정책은 부품과 소재에 의존해 왔던 주변국가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만경제가 심각한 불황과 제조업 공동화로 어려움을 겪는 일은 결코 남의 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중국 민관 합동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투자는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산업 전략이다. 여기에다 중국은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초장기 산업 육성 정책이 가능한 독특한 국가다.

외부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그냥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체질 개선과 제조 환경 혁신을 위한 모든 개혁 조치들을 추진해야 한다. 또다시 서러움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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